독일 의회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제안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을 압도적 표차로 가결,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유로존 구하기' 계획의 분수령이었던 독일 의회 표결이 그리스를 살리자는 쪽으로 결론남에 따라 유로존은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29일 독일 연방하원(분데슈타크)은 베를린 의사당에서 EFSF 증액을 골자로 하는 유로존 구제금융안을 찬성 523표, 반대 85표로 가결했다. 이날 가결된 법안은 ▦EFSF가 활용할 수 있는 기금 총액을 4,400억 유로로 늘리고 ▦EFSF가 정부 외에 민간은행에도 자금을 수혈할 수 있도록 하며 ▦EFSF가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를 시장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이 EFSF에 부담해야 할 액수는 1,230억유로에서 2,110억유로로 늘었다.
이로써 EFSF 증액안은 유로존 17개국 중 11개국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앞서 28일 핀란드 의회도 EFSF 증액 방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는데, 구제금융 방안에 가장 반대가 심했던 독일과 핀란드가 찬성 대열에 합류하면서 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됐다.
그러나 위기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유로존 각국의 평가와 달리, 정작 EFSF의 최대 수혜국 그리스에서는 공무원들이 추가 긴축에 반대하며 정부청사를 점거하는 등 시위가 이어져다.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줄었다는 기대에 유로화 가치는 상승했고 이달 중순 디폴트 우려에 9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그리스 국채(2년물) 수익률은 69%로 급락했다.
● EFSF
유럽재정안정기금(The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의 약자.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7개국이 2010년 5월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특별기구다. EFSF는 유로존 정부의 출자금과 지급보증을 기초자산으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회원국 정부에 차관을 제공할 수 있다. 지분 비중은 독일이 27%로 가장 많고, 프랑스가 20%로 그 다음이다. 본부는 룩셈부르크에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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