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기류가 심각해지자 투사로 돌변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두고 ‘무하마드 알리에서 조지 포먼으로의 변신’이라는 비유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까지는 방어적인 ‘로프어도프(Rope-a-Dope)’로 일관했지만, 지금은 공격적 복서로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1974년 당시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포먼에 도전한 알리가 이용해 유명해진 이 전략은 로프를 이용해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상대방 힘이 빠질 때를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은 맞상대 여부가 불투명한 공화당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를 향해서까지 “텍사스가 불타는데도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격하게 비난한 것이 포먼식 전법의 예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의 변신의 배경에는 데이비드 플러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수석 안무가에 비유되는 플러프는 지난 대선에서 캠프의 살림을 꾸린 1등 공신이다. 오바마가 당선축하 집회에서 선거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와 함께 그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지난해 1월 긴급 투입된 플러프는 최근까지도 공화당에 대한 공격이 오바마에게 불리하다고 보았다. 방어적인 아웃사이더 전략이 오바마를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해 무당파인 중도층을 끌어들이는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을 극도로 꺼리는 그의 방식은 지난 선거에서 매우 유용했다.
플러프의 전략은 지난달 공화당과의 재정적자 감축합의 때 절정에 달했다.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은 연방정부 폐쇄는 공화당의 과격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벼랑 끝 대치를 주장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연방정부 폐쇄가 경제를 해치고 무당파 지지에 불리하다는 플러프의 판단을 따랐다.
결과는 유약해진 오바마와, 지지층 이탈,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플러프의 전략이 실패하면서 오바마가 보다 공격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WP는 “오바마가 플러프의 노선에서 일시 일탈할 것일 수 있다”며 다시 아웃사이더로 변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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