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얼마 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엄청난 국민 지지를 받자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안철수 신드롬, 정당정치를 강타하다’ ‘안철수 신드롬 다시 읽기’ ‘안철수 신드롬,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다’는 등 신드롬이 신문칼럼, 기사, 인터넷을 뒤덮었다. 안철수 신드롬 외에도 김연아 신드롬, 소녀시대 신드롬, 박지성 신드롬도 있다. 누군가 광범위한 인기나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어김없이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신드롬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신드롬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데 대해 코리아타임스 이창섭 논설주간은 이라는 저서에서 “부적절하게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드롬은 병리적 현상이나 부정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며, 긍정적이고 열렬한 집단적 지지나 경향은 열풍, 열광(fever)이나 현상(Phenomenon)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들이 소녀시대 신드롬(Girls’ Generation Syndrome)이라는 말을 들으면 소녀시대가 무슨 병에 걸렸거나 스캔들에 말려들었나 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의학과 심리학에서 쓰이는 신드롬은 증후군으로 번역되며,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공통점을 가진 일련의 병적 증상을 총칭하는 용어다. 대사증후군, 다운증후군 등이 그런 예이며, 원인과 치료법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에이즈(AIDS)도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다. 사회학적 용어로는 소녀에 집착하는 롤리타 신드롬, 늙지 않고 젊게 살고 싶어하는 샹그릴라 신드롬,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증상인 스탕달 신드롬 등이 있다.
■신드롬의 어원은 그리스어 sundrome이며, 이는 sun(함께)과 dromos(트랙, 달리다)가 합해진 것으로 ‘함께 달리다’는 뜻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부정적 뉘앙스가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신드롬은 병리적 집단증상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 신드롬이라고 하면, 국민들의 안 교수 지지현상이 잘못됐다는 전제를 깔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 현상으로, 소녀시대 신드롬은 소녀시대 열풍으로 바꿔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반대의 용어를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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