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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발가벗겨진 나… SNS가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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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발가벗겨진 나… SNS가 무서워요

입력
2011.09.2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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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의 공식 SNS 계정 관리자인 김모(38ㆍ가명)씨는 최근 큰 곤욕을 치렀다. 김씨는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이슈에 관한 의견을 올리곤 했는데, 며칠 전에 쓴 특정 정치인을 비판하는 글이 회사 공식 트위터에 게재됐던 것이다. 김씨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연동시켜놓는 바람에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그대로 회사 공식 트위터에도 업로드됐고, 이 글은 순식간에 리트윗되며 퍼져 나갔다. 이 바람에 김씨는 해당 글을 삭제한 뒤에도 온종일 트위터의 항의 멘션과 전화에 응해야 했다. 김씨는 "트위터 홈페이지에서 로그아웃해도 페이스북에 설정해 놓은 트위터 연동 기능이 계속 적용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그날 이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 하나 올리기가 매우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회사원 강모(29ㆍ여)씨도 얼마 전 페이스북 댓글에 직장 상사에 대한 뒷담화를 올렸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강씨는 직장 동료가 업무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글에 박모 과장의 행실을 비꼬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페이스북에서 직장 상사들과는 친구 맺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씨는 자신의 글을 상사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직장 동료가 박 과장과 페이스북 친구 관계였고, 강씨의 댓글은 고스란히 박 과장 페이스북 뉴스피드란에 그대로 떴다. 강씨는 부랴부랴 해당 댓글을 지웠지만 박 과장이 그 글을 보지 않았을까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김씨나 강씨처럼 곤란한 경우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SNS 기능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부주의한 탓에 사적인 내용을 SNS에 게재해 겪게 되는 해프닝들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사소한 실수지만 간혹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SNS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9월 한 스피치 교육업체 대표 김모씨는 트위터에서 "형, 혹시 연세대 수시 접수하면 연락주세요. 집 사람이 입학사정관인 거 아시죠? 후배 덕 좀 보시죠"라는 멘션(개별 답글)을 모 방송사 아나운서에게 보냈다가 곤욕을 치렀다. 해당 글이 트위터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 퍼져 논란이 일면서 김씨 아내는 입학사정관 업무를 정지당했고 입시 부정 의혹 관련해 교육 당국의 감사까지 받아야 했다.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국의 한 응급출동 서비스 회사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돈마리 수자(42)씨는 정신병자를 일컫는 은어를 사용해 직장 상사를 비방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해고됐다. 또 영국에서 사무실 관리직으로 일하던 킴벌린 스완(16)양은 "새로 맡은 일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페이스북에 썼다가 3주 후 우연히 이를 발견한 직장 상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노출돼 곤란한 경우도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사는 테사(16)양은 자신의 생일 파티를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북을 개설했다. 하지만 '전체 공개' 설정을 하는 바람에 파티 때 얼굴도 모르는 1,500여명의 사람들이 집 앞 도로를 가득 메워 경찰 100여명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두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으며 본인은 집을 나와 피신해야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은 "SNS는 사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한 공적 영역인 만큼 활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와 달리 트위터나 페이스북 게시 글은 노출이 쉽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쪽지(DM)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고, 페이스북도 설정하기에 따라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한 빈집털이범이 페이스북에 "집을 비운다"고 글을 올린 사람들의 집만 골라가며 20여 차례나 절도 행각을 벌인 사례가 있었고, 영국에서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휴가 계획을 이용한 절도 범죄가 잇따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올해 초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트위터 계정만으로도 이름(88%), 인맥 정보(86%), 사진 등 외모 정보(84%), 위치 정보(83%), 관심 분야(64%)는 물론 스케줄 정보(63%)까지 손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다수 SNS를 연동해 사용하는 바람에 계좌정보, 신용카드 사용처까지 노출된 경우도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SNS 사용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SNS에 노출된 자신의 정보를 꾸준히 체크하고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 등 법 위반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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