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이 든 항공기를 원격조종해 미국 국방부와 의사당에 테러를 감행하려던 20대 미국인이 체포됐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미국 사회를 겨냥한 자생적 테러가 빈발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가 현실화한 것이다.
미 법무부는 28일 “연방수사국(FBI)이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된 소형 무선 항공기를 지니고 있던 26세 남성 레즈완 퍼도스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퍼도스는 매사츠세츠주 보스턴 외곽의 프레이밍햄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한 FBI 요원으로부터 수류탄과 AK47 소총 6정, C4 폭약 등을 넘겨받으려다 체포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퍼도스는 남아시아 출신으로 추정되며 보스턴 노스이스턴주립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시민권자”라고 전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한 밴드에서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직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퍼도스는 알카에다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는 FBI 진술서에서 국방부를 ‘뱀의 머리와 심장’으로 지칭하며 “알라의 적들에게 타격을 주고 싶었다”고 썼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치밀하게 테러를 계획했다. 무기를 실어 나를 컨테이너를 빌린 뒤 6월에는 워싱턴을 사전 답사했다. FBI는 “퍼도스가 위장 요원에게 두 차례 국방부와 의사당 테러에 대한 단계적 실행방법을 담은 이동식 저장장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FBI 요원에게 폭발물의 기폭장치로 쓸 수 있도록 개조한 휴대폰 8대를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진술서에 따르면 퍼도스는 위장 요원이 “당신이 준 폭발 장치로 이라크에서 3명의 미군을 죽였다”고 말하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퍼도스는 9ㆍ11 테러 이후 빈 라덴의 테러리즘에 영감을 받아 성장한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전형이다. 2009년 11월 텍사스주 포트후드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같은 해 6월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일어난 미군 살해 사건, 지난해 뉴욕 타임스퀘어 테러 미수 사건 등은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개인이 저지른 범죄였다. 소규모 테러는 시점, 대상, 방식 등을 종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9ㆍ11 10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최대 위협은 개인에 의한 ‘외톨이 늑대형’ 테러”라고 경고했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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