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측근인 강해룡 전 조선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부부장을 일본인 납치혐의로 국제수배키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일본인 납치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국제 수배된 북한 공작원 12명 중 강 부부장이 최고위급 인사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 공안부는 강 전 부부장이 1980년 6월 미야자키(宮崎)시에서 발생한 하라 다다아키씨(당시 43세) 납치 사건을 주도했다고 결론짓고, 내달 중 체포장을 발부, 국제수배키로 했다.
일본 경찰은 강 전 부부장이 당시 북한 공작원 신광수(82)에게 납치를 지시했고, 신광수는 오사카(大阪)시내 중국 음식점에서 근무하던 하라씨를 미야자키 해안가로 데려가 공작선에 태워 북한으로 납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 전 부부장은 신광수가 일본과 한국에서 간첩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1982년에는 무역대표단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신광수는 1985년 한국에서 체포돼 사형판결을 받고 복역 중 1999년 사면 받은 뒤 2000년 9월 북한으로 송환됐다.
일본 경찰이 80대 중반의 고령인 강 전 부부장을 뒤늦게 수배한 것은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한국 법원의 공판조서를 증거로 인정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광수는 한국에서 체포 직후 법정에서 “강 전 부부장의 지시로 하라씨를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강 전 부부장은 하라씨 납치지시 이후에도 당 최고 간부급인 부장까지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강 전 부부장은 78년 여배우 최은희 납치 사건 당시 북한 남포항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최씨를 영접했으며, 김 위원장과 연극관람도 함께 할 정도로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는 회고록에서 80년 공작원 선발시험 당시 강 전 부부장이 면접관으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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