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수신 기반 확대에 나섰다. 점포 수를 늘리고 타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개인고객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 자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산은이 정부 보증 아래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 고객에겐 높은 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이렉트뱅킹, VVIP 공략
산은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다이렉트뱅킹(Direct Banking)'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다이렉트뱅킹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무(無)점포 사이버은행이다. 다만, 계좌 개설 때 '대면접촉을 통한 실명 확인이 필요하다'는 규정에 따라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신분을 확인한다. 우선 서울을 비롯해 경기 고양, 과천, 성남 등 수도권 일대에서 시작하고,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임경택 산은 부행장은 "3년 정도면 다이렉트뱅킹 수신 잔액을 10조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약 20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효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28일 우체국과 영업망 공동이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은 고객은 전국 2,700여개 우체국 점포와 그 내부의 5,300여개 자동화기기(ATM)를 당행거래와 같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다. 지방에 우체국 점포가 많아 지역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60개인 점포 수도 계속 늘려 연내 77개, 내년에는 1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개설한 11개 점포 중 4개가 자금 동원력이 막강한 상위 1% 이내 초우량고객(VVIP) 대상 영업점이다. 아울러 계열사인 대우증권의 기존 지점을 활용한 '점포 속 점포(Branch in BranchㆍBIB)'도 중장기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산은이 수신 기반 확충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2014년 시작되는 민영화 때문이다. 애초 우리금융을 인수해 민영화하려던 계획이 좌초되자, 점포 수 확장 및 다이렉트뱅킹 등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강만수 산은 회장은 이날 "민영화를 위해서는 소매금융 확충이 불가피하다"며 "다이렉트뱅킹, BIB 등을 바탕으로 수신을 늘려 민영화를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금융기관의 인수ㆍ합병(M&A)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M&A를) 생각하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게임"이라며 계속 진행할 뜻임을 내비쳤다.
금융권 "불공정 게임" 주장
수신 확보를 위한 산은 공격경영의 최고 무기는 고금리다. 다이렉트뱅킹의 입ㆍ출금식 예금의 이자는 연 3.5%. 시중은행의 자유 입ㆍ출금식 예금 금리가 연 0.25% 안팎이고, 비슷한 형태의 증권사 CMA(출금 때 예탁일수에 따라 금리를 적용하는 증권 상품) 금리가 연 2.5%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산은 측은 "점포 운영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고객에게 높은 금리와 낮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업금융을 통한 이윤을 고객에게 돌려 주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산은의 고금리를 '특권'으로 보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정부 보증을 통해 낮은 금리로 외화를 차입하고, 4.5% 안팎의 높은 이자로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함으로써 고금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차입의 경우 은행신용은 국가신용을 따라갈 수 없어 산은에 비해 1~1.5%포인트 높은 이자를 내야 하고 은행채도 산은 수준의 이자를 줄 수 없다"며 "애초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정부를 등에 지고 여신금리는 싸게 공급하고 수신금리는 높게 책정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여ㆍ수신 시장 가격의 왜곡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