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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통에 사라진 연희전문 교기, 61년 만에 주인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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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통에 사라진 연희전문 교기, 61년 만에 주인 품에

입력
2011.09.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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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전문학교 시절 만들어졌던 교기가 전쟁 통에 사라졌는데, 학교로 다시 돌아오다니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28일 오전 연세대 본관 2층 총장실. 김한중 총장은 한동안 감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리를 함께 했던 김도형 박물관장 등 교직원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총장실에선 아주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1950년 6ㆍ25전쟁 당시 불타 없어진 줄만 알았던 연세대 전신 연희전문학교 교기가 6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교기 반환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엔 미국 뉴욕주 알바니시 한인회 박종서 이사장의 모습도 보였다. 6ㆍ25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한 그가 연세대를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교기를 보관해 오던 '주인'을 대신해 '진짜 주인'한테 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수십 년 간 연세대의 상징물을 갖고 있던 사람은 6ㆍ25 참전 용사였던 미 해병대 소대장 출신 레이 르 피버(80)씨다. 50년 9월 28일 서울 탈환 작전때 연기가 자욱하던 연희전문학교 교정을 지나던 그는 북으로 후퇴하던 인민군이 놓고 간 깃발을 우연히 발견했다. 연희전문학교 교기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그는 무심코 미국행 비행기에 함께 싣고 갔다.

이런 교기가 '원주인'에게 안기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난 6월22일 뉴욕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미 해병대 전역 장병 모임에서 피버씨가 연희전문학교 교기를 내놓자 당시 자리에 있던 박 이사장이 한 눈에 알아 본 것이다. 박 이사장은 곧바로 이메일을 통해 김한중 총장에게 교기의 존재를 알렸다.

교기 반환의 또 다른 주역 중 한명은 피버씨 부인이다. 한국에 대한 남편의 각별한 감정을 알고 있던 그는 교기 실체가 확인된 뒤"깃발의 원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 품에 안긴 교기는 가로 95㎝, 세로 70㎝ 크기에 학교 상징색인 푸른색 비단으로 만들어졌다. 깃발 가운데에는 월계수 문양과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세로로 '연전(延專)'이라는 한자 글귀도 쓰여 있다.

피버씨는 직접 교기를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건강이 좋지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12월 해외 동문회 투어 때 피버씨 댁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기는 교내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공개 전시될 예정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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