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40여년 전 남한 국토를 가로지르며 매설한 송유관이 땅 주인의 재산권을 침해, 앞으로 천문학적인 보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속수무책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한미군은 1970년 12월 유류를 전방까지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경북 포항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458㎞ 길이의 한국종단송유관(TKP)을 매설했다. 정부는 92년 송유관 전체에 대한 관리를 넘겨받아 2004년 이 중 364㎞ 구간을 폐쇄하고 경기 평택부터 인덕원까지 94㎞ 구간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관리책임은 육군 군수사령부가 맡고 있다.
문제는 송유관이 묻힌 땅이 대부분 사유지여서 보상금지급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송유관 매설 면적은 여의도 절반 정도인 총 431만7,000㎡로 이 중 군이 소유한 토지는 84만6,000㎡(20%)에 불과하고 나머지 347만1,000㎡(80%)가 사유지다. 주인의 동의는 없었고, 송유관이 지하 1.5~2m 지점에 매설돼 수도관을 설치할 수 없는데다, 기름이 새면 환경까지 오염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이 제약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81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정부가 모두 패소해 33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폐쇄구간 주민들은 송유관 철거비용과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데 대한 사용료를, 사용구간에서는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과 송유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소송을 준비중인 토지 소유자만 수백 명에 달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에 육군 군수사는 6월 '송유관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상부지침이 없어 관리부대로서 대응을 못하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국방부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당장 어쩔 수 없다"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국방부와 육군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국회 국방위원회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에게 보고했다.
송유관 문제는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사례와 유사하다. 국방부는 올해 국방예산 3,775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다시 소송을 걸 수 있고, 소송 참여자도 갈수록 늘어 보상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그렇다고 공군기지를 이전할 곳도 마땅치 않아 군 당국은 속만 태우고 있다.
김 의원은 "국방부와 육군이 송유관 이전과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조속히 마련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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