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과연 가능하게 될까. 지금 국내 게임계는 온통 한 편의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쏠려 있다.
파란을 일으킨 게임은 디아블로3(사진). 국내 PC방을 먹여 살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한편으론 즐거움 때론 중독까지 야기시켰던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유명한 미국 블리자드가 최근 개발한 온라인 역할분담형 게임(RPG)이다. 이용자가 게임 속 특정 역할을 맡아 가상 공간에서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는 내용. 미국에선 지난 23일부터 이용자를 선별해 제공하는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 초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정식 서비스 예정이다.
문제는 이 게임에 사상 처음으로 도구(아이템)를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게임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을 경매에 내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응찰해 신용카드나 사이버 머니(현찰대용)로 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수수료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는 열심히 게임만 해서 돈을 벌 수도 있다. 게임이 더 이상 오락이 아니라, 돈벌이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블리자드는 국내에서도 이런 아이템 현금 거래를 동일하게 제공할 생각이다. 강제로 막으면 오히려 아이템 음성거래를 부추겨 엉뚱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국내 온라인 게임들의 경우 게임 내 아이템 거래가 금지되면서 음성거래가 만연하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차라리 블리자드에서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임을 통해 거래를 하면 불미스러운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아이템 거래가 현실화 된 상황에 무조건 막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임 심의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게등위)는 '불가'입장이다.
게등위는 28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 감사에서 디아블로3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서면으로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규정한 '우연한 방법'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게임은 사행성 게임에 해당하므로 등급 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즉, 디아블로3를 우연한 방법으로 금전이득을 취하는 사행성 게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청소년이용여부를 가리는 등급 분류를 받지 못하면 국내에서 게임을 제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다음달 중에 게등위에 디아블로3의 등급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블리자드코리아는 "게등위 입장도 전해 들어 알고 있으나 미국 본사 방침이 전세계에 동일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아이템 거래를 한국에서만 제외할 수 없다"며 "등급 분류를 받지 못하면 그때 방법을 다시 생각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선 블리자드가 이미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등급신청 때는 아이템 거래를 제외해 심의를 받고, 실제 게임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는 아이템 거래 기능을 포함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게등위가 제동을 걸고 재심의를 하겠지만, 블리자드 측이 심의중지 가처분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시간을 벌면서 계속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자오락실 게임들 가운데 이런 방법으로 등급심의를 피한 경우가 수 차례 있다"고 말했다.
판례도 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리니지'아이템을 현금 거래해 게임산업진흥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용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을 한 것은 관련 법이 규정한 우연적 요소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는 지금 블리자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어떤 방법으로든 국내에서 디아블로3의 아이템 거래를 제공하면 너도 나도 따라 할 공산이 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체들은 블리자드 등 뒤에 숨어 눈치를 보는 셈"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게임 속에서 아이템 거래가 가능해지면 게임산업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아블로3는 '스타크래프트' 제작사로 유명한 미국의 블리자드가 최근 개발한 온라인 역할분담형 게임(RPG)으로, 이용자가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주어진 임무를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게임아이템이란 주로 RPG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게임 속 주인공 캐릭터의 장신구나 능력을 높여주는 물품들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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