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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에 좀 얹혀가 볼까? 출판 불황으로 대박난 제목·표지 모방 사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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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에 좀 얹혀가 볼까? 출판 불황으로 대박난 제목·표지 모방 사례 늘어

입력
2011.09.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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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신간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북오션 발행)는 한눈에 봐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의 제목을 패러디한 책이다. 출판 불황이 계속되면서 이미 '대박' 나 인지도가 높은 책 제목이나 표지 편집, 내용을 바탕으로 쓰거나 관련 도서의 형태로 출간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책들이 늘고 있다.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는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이 쓴 책이다. 저자들은 <그들이…> 가 60만부 넘게 팔리며 선풍을 일으키던 올 2월에 이 책을 반박한 자료집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를 발표했다. 이번 책은 이 자료집 내용을 쉽게 풀어 쓴 것. 저자들은 '자유 시장 경쟁을 통한 경제성장이야말로 진정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한다.

내용은 정반대이지만 이 책은 제목은 물론 책 표지 디자인에다 23가지 이슈로 시장경제 원리를 설명한 방식 등 구성까지 장 교수의 책을 빼 닮았다. 북오션의 이상모 차장은 "장하준 책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책이므로 후광효과를 생각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0만부 넘게 팔리며 윤리학 책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진기록을 세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성공 이후 '~란 무엇인가'란 제목을 붙인 책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정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 샌델 교수의 책이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간결하고 명확한 제목 덕에 '어렵지 않은 책'이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점을 차용한 또 다른 '후광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부류는 다르지만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을 통해 한국사회를 분석한 <무엇이 정의인가> 도 책 제목이나 내용 모두 샌델 교수 책 덕을 톡톡히 본 책이다. 출판사가 " <정의란 무엇인가> 에 답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힌 이 책은 올 1월 출간돼 국내 인문사회과학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8,000부 가량 판매됐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도 제목 모방이 줄을 잇고 있다. <아프니까 사춘기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는 모두 외국 소설.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아무 인연이 없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 현상이 언급될 때마다 같이 거론된다. 특히 <아프니까 사춘기다> 는 '어른이 되는 그대에게'라는 부제까지 <아프니까 청춘이다>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에서 따왔다.

베스트셀러의 후광을 노린 출판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과학 콘서트> 가 인기를 얻자 '콘서트' 시리즈가 적잖게 나왔고, '아침형' '심리학'이란 제목을 붙인 책들이 유행처럼 출간되기도 했다. 이지성씨의 자기계발서 <꿈꾸는 다락방> 이 인기를 얻자 이 책을 반박하는 <꿈꾸는 다락방은 없다> 가 나오고,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을 비판하는 앤터니 플루의 이 '존재하는 신'이란 제목을 달고 국내 출간됐다.

과연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의 후광을 입었을까. 교보문고 홍보팀 김현정씨는 "베스트셀러의 후광효과를 노린 책들은 '원전'과 출간 시기가 달라 서점에서 함께 비치되지 않는데다 독자들이 패러디 버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마시멜로 이야기> <시크릿> 처럼 같은 저자가 전작의 덕을 보기 위해 비슷한 제목으로 출간할 때는 적잖은 후광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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