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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인화학교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친고죄 탓에…가해자 10명중 2명만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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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인화학교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친고죄 탓에…가해자 10명중 2명만 실형

입력
2011.09.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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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영화 '도가니'를 통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청각장애아동시설인 광주 인화학교 상습 성폭행 사건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범죄가 세상에 공개되고도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고, 시설을 운영하는 재단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사실이 더 큰 충격을 던져준다. 이 모든 과정이 합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졌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가해자 보호장치가 된 친고죄

2000년부터 5년간 인화학교에서 학생들을 성폭행ㆍ추행한 가해자는 교장 등 10명, 피해자는 12명.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가 파악한 수치이다. 이중 국가인권위원회가 고발한 가해자는 6명(은폐자 포함 9명),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2명이었다. 그것도 고작 징역 1년8개월~2년6개월(별건 2차례 선고형량 합산)이었다. 처벌 대상과 형량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수록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데는 성폭력이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가능한 친고죄라는 이유가 컸다. 가난하고 부모마저 장애인인 피해 아동들이 돈으로 회유당하고 협박당한 것도 친고죄 때문이었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피해 아동 부모가 고소를 원하지 않아 처벌을 면한 교직원이 4명이었고, 교장 등 2명은 항소심에서 피해자들이 고소를 취소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범인을 안 이후 1년 안에 고소를 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처벌하지 못한 가해자도 2명이다.

그나마 2008,2010년 두 차례 법 개정으로 19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성범죄는 친고죄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범인을 안 이후 1년(지금은 2년) 내에 고소를 해야 한다는 고소기한도 19세 미만 대상 범죄에서는 의미가 없어졌다.

황당한 성범죄 판결들

법원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과거 판결을 살펴보면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지적장애 10대 소녀를 7년간 상습 성폭행한 할아버지ㆍ큰아버지ㆍ작은아버지에게 "양육하고 돌봐왔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2008년 청주지법), 9세 친조카를 성폭행한 삼촌을 "초범이고 합의했다"고 집행유예 선고(2011년 제주지법), 친딸을 성폭행해 아이를 낳게 한 아버지에게 "초범이고, 임신시킨 사실을 몰랐다"며 감형(2010년 서울고법)한 사례 등이 즐비하다. 인화학교 사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인정한 민사 판결은 "술 취해 우발적으로 성폭행을 했다"는 이유로 배상액(최종 2,000만원)을 줄였다.

족벌복지재단 감시 장치 시급

인화학교 사건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해당 재단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여전히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5명의 친인척과 지인들로 이뤄진 재단 이사진은 성폭행 사건을 고발한 교사를 해고하고,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가해자는 복직시켰다. 또 사재는 한 푼도 출연하지 않고 매년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행 법률상 재단에 대해서는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남병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일회성 분노로 끝나서는 안되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재단 이사진에 공익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을 내년 19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여야 정치권도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18대 국회가 마무리 국면에 있는데다, 여론이 식으면 금세 나 몰라라 해온 정치권의 관행에 비추어 조기에 법 개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남보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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