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인사이드 잡'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세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이면을 파헤친 작품이다. 찰스 퍼거슨 감독은 금융위기에 대해 "사상 초유의 금융 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월가의 끝없는 탐욕이 금융위기의 진앙지라는 것이다.
26일 영국 런던의 주식 중개인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등 유럽 위기가 '리먼 사태'처럼 천박한 자본주의가 원인이라는 뼈저린 자기 반성을 내놓았다.
알레시오 라스타니는 BBC 방송에 "금융 종사자들은 유로화의 장래, 유럽 경제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며 "돈벌이만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위기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는 "골드만삭스는 지난 3년간 위기의 순간을 꿈꿔왔다"며 자신도 매일 밤 잠들기 전 경기침체가 다시 일어나길 기도했다고 해 진행자를 아연실색케 했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라고도 했다.
라스타니는 뉴욕타임스에 "(BBC와의 인터뷰는) 경제 불황기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영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영화가 아닌 금융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런던 금융시장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속마음을 폭로했다"고 평가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대표도 금융시장의 무책임함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십 수년간 쉽게 돈을 버는 무책임한 자본주의 관행을 종식해야 한다"며 "부를 탈취해 이윤을 얻는 약탈자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가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또 보수당 정권의 긴축재정이 복지 혜택을 줄여 계층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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