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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지하철 이제야 휴대폰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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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지하철 이제야 휴대폰 터졌다

입력
2011.09.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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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의 중심지이자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미 뉴욕.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쇼윈도와 초고층 빌딩숲을 보고 있으면 이 곳이 '세계의 수도'임을 실감한다. 그러나 뉴욕의 지하철은 얘기가 다르다. 지은 지 100년이 넘어 천장에서 물 새는 일이 다반사고, '뉴욕 지하철 냄새 지도'가 따로 나올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뉴요커들은 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세상과 단절됐다.

그런 뉴욕의 지하철이 달라졌다.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이날부터 맨해튼 서쪽을 지나는 지하철 L노선 6개 역에서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아직은 뉴욕 전체 지하철 277개 역사 중 6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안되고 승강장 안에서만 가능하다. 또 AT&T와 T-모바일 등 2개 통신사업자에 가입한 경우만 해당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모든 역사에 휴대폰 중계기를 설치하려면 201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휴대폰이 터진다는 것 자체가 뉴욕 시민들에게는 빅뉴스다. L노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건설노동자 빅터 시노니는 "필요했던 만큼 당연히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다. 그의 동료 베니 조니는 "브롱크스(맨해튼섬 북쪽에 위치한 자치구)에서 이곳(맨해튼)까지 오는데 1시간이 걸리는데, 이제는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영라디오방송(NPR)은 "통화 사각지대가 사라지게 돼 뉴욕 경찰 역시 긍정적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다른 도시에선 10여 년 전 갖춘 문명의 이기를 뒤늦게 누리게 된 데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 소리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웠던 공간마저 휴대폰에 점령당하는게 마뜩잖아서다. AFP 통신은 "시덥지 않은 얘기를 길게 나누는 걸 고스란히 듣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승객을 짜증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화불가 지역이라는 구실로 업무에서 잠시 피신할 수 있었던 해방감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것도 이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스페인에서 온 영화제작자 루벤 콜라도는 "10여년 전 마드리드 지하철에서 휴대폰 통화가 처음 가능했을 때 사람들은 직장 상사로부터 걸려오는 통화에 가장 불만이 컸다"며 "지하로 들어가면 연락이 끊겼던 시절이 좋았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지하철을 만든 미국은 노후한 시설과 비용 등 문제 때문에 지하에 이동통신 기지국을 갖추는 작업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늦었다. 샌프란시스코가 2006년, 보스턴이 2007년에 지하철 휴대폰 통화 서비스를 시작했을 정도다. 1996년 서울지하철 일부 역사와 열차 안에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지금은 무선인터넷까지 되는 한국과 대비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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