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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조용환 재판관 선출안 표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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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조용환 재판관 선출안 표류 유감

입력
2011.09.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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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이 국회에서 100일 넘게 표류중이다. 조 후보자가 6ㆍ28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만,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이라는 표현을 쓰기 곤란하다"고 한 발언과 이승만 정권에 대해 "한반도에 대소(對蘇) 전진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미 군정의 절대적 영향 하에 수립된 정권"이라고 한 발언 등을 여당이 문제 삼아 선출안이 상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천만한 재판관 한명의 공백

한나라당은 여전히 보수층 여론이 안 좋다며 조 후보자에 대해 모호한 대북관을 불식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선출안을 철회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여야 대립이 팽팽한 상태라 내달 10일 열릴 본회의에도 처리될지 불확실하다.

이렇게 되면 헌재의 구성은 7월 8일 조대현 재판관 퇴임 이래 석 달 넘게 '재판관 8인'의 상태로 유지된다. 헌재는 당장 평의(評議)가 문제다. 법률의 위헌결정과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8인의 재판관 중 6인이 찬성하는 것은 9인의 재판관 중 6인이 찬성하는 경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재판관 한 사람의 가치관 때문에 법률의 위헌 여부가 갈리는 경우를 우리는 수차 보아 왔다. 헌재는 중요 사건의 위헌 여부를 8인의 재판관만으로 결정하기 어렵게 됐다. 헌재의 위헌결정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대법원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당사자 사이의 사건에서 권리의무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하게 되므로 그 판단은 사건에 관련된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미친다. 그러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확인'과 같은 중요 사건의 헌재 결정은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8월 30일 헌재는 일본군위안부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해 한일 양국 간 협정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고 있는 외교통상부장관의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한다고 결정해 위안부 전체의 배상청구권 문제를 판단했다. 그래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헌재 결정이 대법원 판결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

헌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가치를 추구하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헌재 구성의 유고(有故) 상태를 장기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음은 물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회가 추천하는 재판관 선출을 두고 국회가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 보면 정당성도 없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조용환 후보자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정치 문제지만 위헌법률의 판단은 국가 문제다.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명확하다.

여당이 다수당이라 해서 선출안을 상정조차 못하게 하거나 선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야당도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고 마냥 여당의 협조만 바라보면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국민 입장에서 원숙한 자세 보여야

여야가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보여준 원숙한 모습을 다시 기대한다. 하지만 정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선출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조 후보자 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부결되면 야당은 다른 후보자를 내면 된다. 이 번엔 야당이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용환 후보자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재판관 한 사람의 추천이 정당에는 정치적 이해가 걸린 문제일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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