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차를 몰고 나온 여성이 태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7월 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샤이마 자스타이나라는 30대 여성에게 26일(현지시간) 채찍으로 10대를 때리는 형벌을 선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운전 여성에게 법적 처벌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여성 운전자에게 다시는 운전하지 않도록 다짐받은 후 훈방 조치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 판결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여성에게 투표권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한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여성운동가와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왕은 25일 연설을 통해 여성이 투표하고 출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남성으로만 구성된 자문평의회에 여성 회원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여성운동가들은 태형을 선고한 이번 판결이 여권 신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강경파 종교단체의 복수라며, 말뿐인 개혁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아들을 차로 등교시키다 검찰에 소환된 주부 나잘라 알하리리는 "국왕이 연설하는 동안 나는 검찰청에 앉아 왜 운전을 했는지, 어디로 갔는지를 취조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협회의 소힐라 제인엘아비딘은 "교통법규위반시 법정 최고형이 벌금형인데 어떻게 태형을 선고할 수 있느냐"며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아내도 낙타를 타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유일의 국가다. 이 때문에 월 300~400달러를 주고 운전기사를 고용하든지 아니면 남성에게 운전을 부탁해야 한다. 6월부터는 운전권 쟁취 운동이 일어나면서 일주일에 한두번 차를 몰고 나가 그 모습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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