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속으로 원본을 상상해봤어요. 위작이었지만 그리는 게 즐거웠어요."
유명 화가의 위작 40여점을 팔아 1,600만유로(255억원)을 벌어들인 유럽 최대의 그림 사기꾼 볼프강 벨트라치(60)가 독일 쾰른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했다고 dpa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벨트라치는 "미술 전문가와 매매상을 아주 싫어했다"며 "그들을 속이는 일이 재미있었고 이번 일로 사람들이 미술시장의 탐욕과 작동방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벨트라치와 그의 아내, 처제 등 일당 4명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막스 에른스트(1891~1976), 하인리히 캄펜덩크(1889~1957), 요하네스 몰찬(1892~1965) 등 독일, 네덜란드 표현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위조해 독일, 런던, 파리 등 전세계 미술시장에 고가에 팔아왔다. 피해자 중에는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스티브 마틴도 포함돼있다. 스티브 마틴은 2004년 하인리히 캄펜덩크의 1915년 작품 '말과 풍경'의 위작을 70만유로에 구매했다가 2년 후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되팔기도 했다.
독일 출신으로 미술학교를 중퇴한 벨트라치는 미술품 복원전문가였던 아버지로부터 복제방법을 배웠다. 자신의 그림이 팔리지 않자 70년대부터 유명작품을 직업적으로 복제했고 80년대 미술시장 호황을 틈타 미술품거래 전문회사까지 차려 위작을 판매했다. 일당은 유명 수집가의 공개되지 않은 소장품을 1920년대 거장의 작품이라고 속여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이들이 경찰 수사망에 오른 것은 95년 그림을 산 독일의 한 수집가가 전문회사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위작으로 판명되면서다. 하지만 아내의 성으로 바꿔 국제적으로 활동한 탓에 쉽게 잡히지 않다가 지난해 말에야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이 작가의 서명과 작품 라벨까지 정교하게 복제해 미술 전문가들이 진품으로 감정해줬으며 심지어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도 여럿 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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