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태국 빠따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로 시작된 한국의 해외건설이 반세기를 맞고 있다. 근면ㆍ성실을 바탕으로 중동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한국 건설업계는 이젠 북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로 영역을 넓혀가며 플랜트ㆍ초고층빌딩 건축ㆍ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다. 연간 해외수주 1,000억달러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의 활약상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축적한 대규모 신도시와 민간도시개발 경험 그리고 첨단 아파트 시공능력을 세계가 인정해 한국형 신도시 수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에 머물렀던 진출 영역도 알제리와 이라크 등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바꾸다
북아프리카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남쪽으로 250㎞ 떨어진 부그줄 신도시. 알제리 국토개발종합계획에 따라 진행중인 14개 신도시 중 첫 번째 프로젝트로, 대우건설이 시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분당신도시의 약 3배 크기인 6,000만㎡의 대지 위에 조성되는 신도시다.
대우건설은 신도시 부지 조성공사와 함께 50㎞ 길이의 도로와,20㎞의 상ㆍ하수도,전기,가스,통신 등의 기반시설을 건설 중이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주택 8만가구에 35만명이 거주하는 알제리 최대 규모의 신도시가 우리나라 건설사의 힘으로 지어지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부그줄 신도시 외에 40억달러 규모의 부이난 신도시 건설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첨단 아파트 시공 능력과 풍부한 신도시 개발 경험이 해외 신도시 건설 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며 "부그줄ㆍ부이난 신도시 조성 사업을 통해 향후 알제리 국토개발 사업 참여에 유리한 입지도 다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해외 건설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화건설이 놀랄만한 수주소식을 전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1,830만㎡ 부지에 100~140㎡형 주택 10만가구를 짓는 초대형 신도시 사업을 따낸 것. 수주 금액은 72억5,000만달러로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신도시 사업으론 최대 규모다. 한화건설은 이 공사에서 설계와 조달, 시공 모두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베트남에 부는 '신도시 한류'
베트남 경제 수도인 남부 호치민시 주변 냐베 일대가 GS건설의 주도로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호치민 남부 개발 축에 위치한 냐베 신도시개발 부지는 349만㎡ 면적에 6만8,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GS건설은 이곳에서 4단계에 걸쳐 빌라와 연립주택 1,800가구, 아파트와 주상복합 1만5,200가구, 오피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우선 1단계 공사의 하나로 67만㎡ 부지의 성토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계획이다. 또 오는 10월부터는 도로, 상수도 등 인프라 공사를 시작한다.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014년부터 이곳에는 구역별로 빌라(28가구)와 아파트(1,975가구), 주상복합(785가구)가 차례로 들어서 베트남에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투입된 한국형 신도시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는 대우건설이 207만㎡ 규모의 떠이호떠이 신도시 건설을 진행 중인데, 현재 인허가를 마치고 연말을 목표로 토지 보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가 추진하는 '해외 1호 신도시 사업'으로,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신도시 개발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토목ㆍ건축 사업으로 보이지만, 도로망이나 상ㆍ하수도 등의 인프라와 주택을 건설하고 완공 이후에도 정보기술(IT) 등을 이용한 도시 운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도시수출에 나선 건설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해양부는 직접 해외 현지를 돌며 프로젝트 정보를 수집해 국내 기업에 소개하고 있으며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민관 합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민간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세계적 랜드마크도 우리 손으로
전세계 주요도시의 상징인 '랜드마크'들이 속속 우리 건설사의 손으로 세워지고 있다. 랜드마크는 대부분 그 도시의 경쟁력과 자부심을 뽐낼 수 있는 최첨단 건물이기 때문에 고도의 시공기술과 함께 축적된 건축 노하우가 없으면 건설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랜드마크 건설=세계적 건설사'라는 공식이 성립해 전세계 일류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세워진 '마리나베이 샌즈(MBS) 호텔'은 지난해 준공되자마자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쌍용건설을 일약 해외 건설부문의 강자로 등극시켰다. 동쪽 건물이 지상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진 채 올라가다 서쪽 건물과 23층(70m)에서 합쳐져 57층까지 올라가고, 꼭대기는 배 모양의 '스카이 파크(전망대와 수영장, 레스토랑, 산책로 등을 갖춘 휴식공간)'로 연결되는 비정형적 디자인이다. 2007년 이 호텔 건설을 위해 세계 14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최종 초청된 곳은 쌍용건설을 포함해 일본, 프랑스, 홍콩의 건설사 4곳뿐이었다. 이 중 두 곳은 시공 방법을 찾지 못해 중도 포기했으며 나머지 1개사도 공기를 단축하는 공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쌍용은 교량 건설에 쓰이는 특수 공법을 이용, 설계 원안대로 공사를 수행하면서도 적정 공사기간 48개월을 27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공사금액은 약 9,000억으로 당시 해외 건축 프로젝트 최대 규모였다.
828m로 세계 최고(最高) 건물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작품이다. 삼성물산은 역시 부르즈칼리파를 건설하는 데 3일에 한 개 층을 올리는 층당 3일 공법을 비롯해 지상 601m까지 고강도 콘크리트를 굳지 않도록 빠른 속도로 쏘아 올리는 콘크리트 압송기술, 인공위성을 이용한 수직도 관리, 무게 430톤, 높이 143m의 대형 첨탑을 지상 700m에서 밀어 올리는 첨탑리프트업 공법 등 각종 최신 공법을 개발ㆍ적용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 실내건축 전문업체 희훈디앤지가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와 로비의 인테리어 공사를 전담했고, 버즈칼리파의 대미를 장식한 첨탑 역시 경남 사천시 소재 EEW코리아의 작품이다. 삼성은 이런 실적에 힘입어 올해 45억달러 해외수주액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웠다.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도 국내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호치민 중심가에 지하 3층, 지상 68층(270㎙) 규모로 자리잡고 있으며 베트남 국화인 연꽃을 기본 개념으로 설계돼 2009년 10월 준공 후 바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김승준 쌍용건설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세계 유수의 랜드마크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면서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함께 한국 건설업계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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