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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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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

입력
2011.09.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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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24일. 인류 역사에 딱히 기록될 만한 사건 사고가 벌어진 날은 아니다. 그래도 사람에 따라선 이날이 특별하다. 결혼 50주년을 맞이한 날일 수도 있고, 남자친구로부터 프러포즈와 함께 반지를 선물 받은 날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을 수도 있다.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날, 지구촌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십시일반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색 다큐멘터리다. 2010년 7월24일 촬영된 것이라는 단 하나의 조건만 내걸고 세계 사람들로부터 영상물을 모았다. 197개국에서 보내온 8만여편의 영상물 가운데 최종적으로 1,125편이 영화에 반영됐다.

유튜브와 LG가 돈을 댄 이 프로젝트의 총지휘자는 형제 감독으로 유명한 리드리 스코트와 토니 스코트. ‘9월의 어느 날’로 2000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케빈 맥더널드 감독이 영상들을 한데 묶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든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영화인 셈이다.

다이빙 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담아낸 다이빙 순간 등 전문가 이상의 솜씨가 느껴지는 영상이 적지 않다. 그래도 가슴을 치는 건 보통사람들의 평범해서 오히려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아내의 제왕절개 출산 장면을 찍다가 기절하는 한 남자, 돈 몇 푼과 사탕에도 행복해 하는 구두닦이 소년의 미소, 오랜만에 만나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별스럽지 않은 대화로 정을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등엔 삶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교집합이 적은 영상들이 같은 줄기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며 시선을 붙잡는다. 적정한 음악과 절묘한 편집의 힘이다. 비전문가 개인의 숨은 역량을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영상물 범람의 시대 감독의 존재 이유를 새삼 일깨워준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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