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학위는 독일, 석사 학위는 프랑스, 박사 학위는 영국. 서로 다른 3개 국가에서 역사학을 연구하며 학위를 딴 독특한 이력의 독일 학자가 이번에는 한국에서 교수가 됐다. 그것도 한국사학과 교수다. 올 2학기 고려대 한국사학과의 전임 교수로 채용된 클라우스 디트리히(32) 교수다. 그는 고대 한국사학과의 사실상 첫 외국인 교수이기도 하다. 그가 부임하기 전에도 외국인 교수가 2명 있었지만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디트리히 교수의 연구 분야는 근대 개항기로, 1880년~1910년까지 한반도 역사다. 그런데 역사를 보는 방식이 독특하다. 그는 국가 단위로 형성된 전통적인 역사와 달리,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국가 간 교류 및 관계를 통해 당시 사회를 연구한다. 트랜스내셔널히스토리(transnational history)라 불리는 초국가주의적인 역사 연구다.
디트리히 교수는 "개항기 때 한국에 정착한 유럽 미국 출신의 외국인 공동체 및 이들이 한국에 끼친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한국은 오랜 기간 외세의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초국가적 시각에서 한국사를 재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을 연구하면서부터다. 2008년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사를 연구하던 중 동아시아 전체에 관심을 갖게 됐고 특히 "19세기 후반 한반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4월 입국, 한양대 비교역사문제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학과장은 "한국사 전공자들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적인 시각을 갖기 쉽다"며 "학생들이 디트리히 교수를 통해 트렌스내셔널히스토리라는 새로운 사조를 접하고 한국사에 대한 시각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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