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보건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실제 학교에선 교사 부족과 선택교과 적용으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건교육 실시비율은 중학교 73.1%, 고등학교는 44.4%에 불과했다. 초등학교는 98.4%다.
2007년 개정된 학교보건법은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중고등학교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건수업을 필수 아닌 선택과목으로 고시했기 때문이다. 보건수업의 내용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 서울의 한 고교 보건교사는 "언론에서 청소년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 성교육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은 의무적으로 연간 17시간 보건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과대과밀학교(43학급 이상)의 경우 교사 부족으로 수업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현행 보건교사는 학생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한 학교당 1명씩 배치된다.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해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2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순회 계약직 보건교사(38명)와 인턴교사(105명)를 추가로 채용했지만 내년엔 이마저도 우선사업에 밀려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
서울 삼정초 김회순 보건교사는 "다친 아이가 생겼다는 호출을 받으면 보건수업을 중단하고 뛰어내려가기 일쑤"라며 "보건교사 혼자서 수업과 치료 1인2역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적십자 간호대 이규영 교수는 "일본의 경우 보건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수가 800명이지만 우리는 최소 1,500여명"이라며 "보건교육을 내실화하면 청소년 성범죄·흡연·음주 비율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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