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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드라마를 위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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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드라마를 위한 정치

입력
2011.09.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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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아요. 누가 서울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서울시장 선거가 4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력 후보들의 '실력'에 대해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나경원, 박영선, 박원순, 이석연 후보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대충 알게 됐다. 하지만 그들의 리더십과 능력, 청사진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한다.

준비 안 된 인기몰이 스타 후보들

반면 상당수 시민들은 후보 단일화 경선에 대해선 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단일화 작업을 거쳐 누가 여권과 야권의 최종 후보로 떠오를 것인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내놓고 있다. 후보 자질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경마식 드라마 결과에 대해선 눈길이 모아지는 형국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승리지상주의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진다. 때문에 여야는 이번에 반드시 중간고지를 점령해야 내년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됐다. 필승하려면 흥행에 성공해서 후보 지지도를 급속히 끌어올려야 한다.

인기몰이를 하려면 일종의 정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후보 단일화 드라마이다. 여야 모두 이번에 후보 단일화 코스를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야권은 1차적으로 민주당 경선을 통해 박영선 후보를 뽑았다. 이어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변호사의 통합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이에 뒤질세라 여권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이석연 변호사의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충환 의원의 후보 사퇴로 싱겁게 나경원 의원을 당 후보로 선출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지 나 후보와 이 변호사를 단일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단일화 이벤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중적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워야 한다. 탤런트 기질을 가졌거나 스토리를 지닌 정치인이 적격이 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일솜씨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나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 것은 '새 스타 찾기 정치'의 산물인 셈이다. 홍준표 대표가 당초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면서 제동을 걸었던 나경원 카드를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방송 앵커를 지낸 박영선 의원을 후보로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원순 변호사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이벤트를 거치면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물론 이들이 모두 이미지에만 기댄 후보는 아니다. 필자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들을 다 만나 봤다. 모두 나름의 리더십과 능력을 갖춘 주자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대다수가 준비된 서울시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평소에 서울시 개혁 방안에 대해 얼마나 많이 궁리해 봤을까. 또 현장을 찾아 피부로 서민들의 불편과 애환을 느낀 경우는 몇 번쯤 될까. 그들은 요즘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수험생처럼 정신없이 서울시 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겉절이 정치 막으려면 검증 필요

정치에서 흥행은 필요하다.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정치를 재미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가 엔터테인먼트(여흥)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치 지향과 실천, 갈등 조정이 정치의 기본이 돼야 한다. 요즘 TV토론을 보더라도 누구의 정책이 옳은가보다는 '누가 내 편인가' '누구의 이미지가 좋은가'에 더 신경을 쓰곤 한다. 이미지 정치와 편가르기가 결합되면 패스트푸드와 겉절이가 판치는 정치로 흐를 우려가 있다. 미국에서도 TV토론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한 바람몰이가 적지 않지만 정치 기본은 철저히 지켜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자질과 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 정치가 드라마의, 드라마에 의한, 드라마를 위한 정치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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