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소 오사카의 공격수 반도 류지(32)는 경기 후 선수 출입구에서 한 선수를 기다렸다. 그가 기다린 주인공은 전북 현대의 히어로 이동국(32)이었다. 류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의를 벗으며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흔쾌히 유니폼을 벗어 반도에게 줬고, '수고했다'는 의미의 포옹을 했다. 대패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보였던 반도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라커룸으로 향하는 이동국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동국이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세레소 오사카와 경기에서 4골을 폭발시키며 전북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1차전에서 3-4로 패했던 전북은 최종 스코어를 9-5로 뒤집으며 4강에 진출했다. 전북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건 2006년 우승 이후 5년 만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최 감독은 지난 24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에서 이동국의 출전 시간을 배려했다. 이동국은 후반 9분 교체 투입됐고, 세레소 오사카전을 위해 힘을 아꼈다. 그리고 최 감독은 에닝요를 비롯해 조성환과 심우연 등 핵심 수비 멤버들을 제주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시켜 세레소 오사카전에 '올인'했다.
전북은 전반 12분 상대 전력의 핵인 김보경이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팽팽했던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온 전북은 이동국을 축으로 에닝요, 루이스, 서정진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30분 루이스의 스루패스를 받은 에닝요가 아크 정면에서 논스톱 땅볼 슈팅을 때리며 상대 골문을 열었다.
1-0으로 전반을 마친 전북은 1만6,000여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했다. 이동국은 후반 3분부터 15분동안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동국은 에닝요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시키며 첫 골을 뽑아냈다. 7분 뒤에는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문을 갈랐고, 후반 18분에는 장기인 왼발 발리슛으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전북은 26분 고마츠에게 골을 내줬지만 30분 김동찬, 46분 이동국의 마무리 골이 터져 6-1 대승을 거뒀다. 98년 프로 데뷔 후 공식경기에서 처음으로 4골을 뽑아낸 이동국은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9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렸다. 이동국은 "4골을 넣은 건 처음이다. 4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 '이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FC서울은 이날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8강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합계 2-3으로 밀려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전북은 19일과 26일 알 이티하드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전주=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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