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과 시즌 최종전을 앞둔 김광수 두산 감독대행에게 삼성이 예상 밖으로 독주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다. 김 대행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오승환 때문 아닌가”라고 답했다.
김 대행은 “오승환이 나가면 삼성은 무조건 이긴다. 44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블론 세이브가 우리와의 경기에서 단 한 번뿐이었다. 타자들과 불펜에 믿음을 주면서 팀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돌아온 끝판왕
류중일 삼성 감독도 시즌 MVP를 꼽아달라는 말에 주저 없이 오승환을 선택했다.
오승환은 올해 ‘끝판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결정된 27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5-3이던 9회 등판해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23경기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며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오승환은 올해 53경기에 출전해 1승 45세이브, 평균자책점 0.64로 펄펄 날았다.
지난 2년 간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했던 오승환이 살아나면서 삼성의 최강 불펜은 더욱 강해졌다. 안지만과 정현욱, 권혁, 권오준 등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 리그에서 가장 강한 허리진을 구축했다.
류 감독은 “올해는 8회까지만 야구를 하면 됐다”고 화려하게 부활한 오승환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삼성은 올해 7회 리드시 ‘필승 계투조’를 앞세워 무려 62승1무1패를 올렸다. 올 시즌 역전승은 38번, 역전패는 19번이다.
4월 고비를 넘다
개막 전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부담이 100배나 된다”고 걱정했던 초보 류 감독은 이번 시즌 어려운 시기를 묻는 질문에 “4월 위기를 넘긴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안지만이 선발과 중간에서 잘 해줬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4월 장원삼과 권혁, 채태인, 정인욱 등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고전했다. 선발과 중간이 모두 약해지면서 강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4월에 5할 승률을 유지하며 3위로 마쳤다.
류 감독은 “4, 5월에 선전을 한 뒤 부상선수들이 돌아온 6월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큰 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시즌을 되돌아봤다.
한 템포 빠른 야구
지난 연말 선동열 전 감독의 전격 경질로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한 박자 빠른 야구를 모토로 삼았다.
류 감독은 “야구는 공격보다는 투수력과 수비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작년과 비교해 외야 수비가 확실히 빨라졌다. 어이없는 실책 때문에 진 경우가 드물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류 감독은 “한 베이스를 더 가고, 한 베이스를 덜 주면서 팀이 강해졌다. 앞으로도 이 점을 더욱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고 힘줘 말했다. 삼성은 올해 팀 도루 1위(149개)를 기록하며 ‘발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라이벌의 부진
류 감독은 삼성이 1위를 한 비결에 대해 “한화가 도와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올 시즌 한화에 9승10패로 몰렸던 류 감독은 “한화가 결정적인 순간 상위팀의 발목을 잡아줬다. 큰 몫을 했다”고 크게 웃었다.
삼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시즌 전 1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두산, SK 등은 스스로 무너졌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지난 5월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김성근 SK 감독도 지난 8월 재계약 문제로 구단과 충돌하면서 중도 하차했다. 전반기까지 선두를 질주했던 KIA도 후반기 들어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4위까지 추락했다.
이렇듯 경쟁 팀들이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삼성은 두 달 넘게 독주를 했고, 결국 5년 만의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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