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3년 만에 찾아온 위기를 마주한 정부의 고민이 묻어있다. 재정건전성을 다지면서 한편으론 경기 둔화에도 대비하겠다는 것인데, 성장이나 세수 전망 등을 보면 엄혹한 현실에 비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예상보다 부실한 일자리 예산
내년 일자리 예산은 10조1,107억원으로, 올해(9조4,679억원)보다 6.8%(6,428억원) 늘어났다. 정부는 청년창업 활성화(4,953억원)와 고졸자 취업지원(6,429억원), 문화ㆍ관광ㆍ글로벌 일자리(2,170억원), 사회서비스 일자리(6,451억원) 등 4대 핵심 일자리에 약 2조원, 직접 일자리 창출에 2조5,02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근로빈곤층 지원을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월 임금 124만원 이하 근로자 122만명의 국민연금과 사회보험료의 3분의 1을 정부가 부담한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일자리 예산 증가액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증액분(1조2,0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어 국회 심사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SOC 투자, 경제 활력 줄지 미지수
도로와 철도 등 SOC 분야에는 2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4대강 사업과 여수엑스포 등 종결사업을 감안하면 실질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1조2,000억원 늘었다. 호남선 고속철도, 여주~양평 고속도로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수질 개선, 수해 예방 등 1석3조 효과가 잇는 공단 폐수시설 확충, 생태하천 조성사업 등에도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정부 주장대로 이들 SOC 사업의 혜택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일부 대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상당수 사업이 국민들의 실생활과는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수질개선에 투입되는 1조4,000억원이 사실상 4대강 후속사업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맞춤형 복지로 포퓰리즘 경계했다지만
내년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4조4,000억원 늘어난 25조2,000억원. 생애주기별 복지와 취약계층 복지 등 투 트랙으로 추진된다. 우선 민간 병ㆍ의원의 영아 예방접종 부담금을 3분의 1(5,000원)로 낮추고,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 등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을 평균 22% 덜어준다. 또 최저생계비 이하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정 등 근로 무능력 가구 중 부양의무자가 중위소득 미만이면 모두 기초수급자로 편입한다. 만 19~64세 의료급여 수급자(67만명)는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도록 했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라고 강조하지만,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5세 아동의 보육료와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정책은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균형재정 달성도 의문
글로벌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내년 4.5% 성장' 목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2013년 이후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흑자를 자신하는 데는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올해 조세수입과 감세철회에 따른 추가 세수 증가 등이 자리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은 내년 이후에도 이 같은 전제가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예산수입의 대부분인 국세 수입은 성장률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비록 기존 5.0%에서 4.5%로 목표를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민간연구소들의 3%대 중반 전망과는 차이가 커 비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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