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인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이 6년이 지나 새롭게 관심을 끌면서 사회복지사업법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한국일보 27일자 1면 보도). 정부도 현행법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내년 하반기쯤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해온 보건복지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법 개정에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알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들을 당장에라도 시행해야 한다.
2005년 11월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청각장애 학생들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우리 사회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당국의 수사 결과 10여명의 피해자와 8명의 가해자가 드러났으나 사법적 뒤처리는 유야무야되다시피 했다. 가해자들은 법원에서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났고, 장애아동을 성폭행한 교사는 별다른 처벌 없이 학교에 복직했다. 당시의 고발과 증언이 최근 '도가니'라는 제목의 소설과 영화로 알려지자 사건을 아예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인화학교 사건 당시 학교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고, 사회적 비난이 비등했는데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 오히려 성폭행을 고발한 교사만 해임됐다. 나아가 당시의 정부보조금은 현재도 학생 수에 맞춰 변함없이 지급되고 있다. 이런 부조리의 근본 원인은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외부의 감독기능이 차단돼 있고, 이사회와 교직원이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법인만 설립해 놓으면 후원금과 지원금을 챙기는 데 별다른 제재도 없으며 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감독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행 법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는 2007년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복지법인을 운영하는 일부 종교단체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개정안의 주 목적은 사회복지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었으니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속한 법 개정은 제2의 인화학교 사건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은폐된 각종 부정과 비리를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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