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격수는 '축구 종가'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해왔다. 그간 대표팀 간판 공격수들은 잉글랜드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하거나 어렵게 선 무대에서 제 실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대행은 1998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진출을 모색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조재진은 2007년 뉴캐슬 유나이티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미들즈브러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전북)은 정규리그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2008년 K리그로 돌아왔다. 설기현(포항)이 레딩 시절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주로 기용됐다.
올시즌 나란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데뷔한 대표팀의 붙박이 공격수 지동원(20ㆍ선덜랜드)과 박주영(26ㆍ아스널)은 이 같은 징크스 깨기에 도전하고 있다. 박주영은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동원은 점차 팀에 녹아 드는 모습을 보이며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동원은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2011~12 EPL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22분 세바스티안 라르손과 교체 투입된 지동원은 0-2로 뒤진 후반 41분 키어런 리처드슨에 리턴 패스를 내줘 만회골의 발판을 만들었다.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지난 10일 첼시전 데뷔 골에 이어 도움까지 기록한 것은 향후 팀 입지 확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덜랜드 공격수 가운데 골과 도움을 기록한 이는 지동원이 유일하다.
아쉬운 것은 지동원의 활약과 팀 성적이 엇박자를 이룬다는 것. 선덜랜드가 초반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동원이 골과 도움을 올린 경기에서 팀은 승점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지동원의 활약이 묻힐 수 밖에 없다.
오프 시즌 비교적 알차게 전력을 보강한 선덜랜드는 1승2무3패(승점 5)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EPL에 승격한 노리치 시티를 상대로 승점을 올리지 못한 것은 선덜랜드로서는 최악의 결과다. 스티븐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은 경기 후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특히 유명 선수들이 실수를 너무 많이 저질렀다"고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성적부진으로 언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리고 있는 브루스 감독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큰 폭의 변화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원의 운신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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