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저축은행이 은행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000억원 이상을 불법 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수의 고객명의를 도용해 은행 돈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되기는 처음으로 저축은행 경영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 주고 있다.
부실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제일저축은행이 상호저축은행법에서 규정한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해 불법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명의를 도용한 혐의로 이용준(52) 행장과 장모(58)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7일 밝혔다.
합수단 조사 결과 이 행장을 비롯한 은행 경영진들은 명의도용 사실을 알게 된 일부 고객이 은행에 항의하자 대출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된 것처럼 전산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이 임원과 직원 가족 등의 명의로 불법 대출한 데 비해, 제일저축은행은 불특정 고객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은행 돈을 빼돌려 죄질이 더욱 불량하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지난 23일 영업 정지된 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며, 26일에는 이 행장과 장 전무를 체포했다. 제일저축은행은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에 1,600억원을 차명계좌 등을 통해 불법 대출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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