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는 4세대입니다. 롱텀에볼루션(LTE)이라고 부르는, 아주 빠른 새 이동통신 서비스이지요. 서비스는 7월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통해 공식적으로 시작됐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휴대폰 회사들도 LTE용 스마트폰을 계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지금 남다른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요금이 확정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의 LTE요금제를 인가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KT나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은 1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새로운 요금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방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방통위가 인가를 늦추는 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때문입니다. 방통위는 통신망에 부담을 줘 음성통화 불통을 유발할 수 있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완전 폐지하라는 입장인 반면, SK텔레콤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이용자들을 위해 일정 부분 살려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방 속에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요금인가를 담당하는 방통위 국장이 금품수수관련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26일 대기발령 조치까지 받게 돼 27일 정도로 기대했던 인가일정은 더 늦어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해당 스마트폰까지 계속 출시되고 있는데 정작 요금제가 확정되지 않아 서비스를 못하는 SK텔레콤으로선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SK텔레콤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날 LTE 스마트폰 2종을 내놓으면서 SK텔레콤용과 LG유플러스용을 동시에 공개한 것이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는 새 휴대폰을 내놓을 때 SK텔레콤에만 단독 공급하는 제품을 먼저 내놓았습니다. 1위 통신업체에 대한 일종의 예우였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관행이 사라졌고, 결국 이날 1위 업체(SK텔레콤)와 3위 업체(LG유플러스)용 스마트폰을 함께 공개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텔레콤이 애플 아이폰4를 들여오기 시작하고 아이폰5도 곧 도입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긴 밀월관계가 깨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젠 SK텔레콤에 대한 삼성전자의 배려, 삼성전자에 대한 SK텔레콤의 배려 모두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통신시장, IT시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다는 얘깁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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