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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임원 15% 만들자/ (중) 지금 한국기업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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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임원 15% 만들자/ (중) 지금 한국기업에선…

입력
2011.09.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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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인재 중용론 확산… 대기업 CEO 시간 문제

걸출한 여걸들을 배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아직 한국의 대기업은 여성CEO의 불모지대나 다름없다. 최고경영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임원도 '소수자'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희숙 박사는 "조직에서 성공한 여성의 '롤 모델'이 별로 없다 보니 성취욕이 줄어들고 낮은 지위에 만족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여성의 상위직 진출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은 분명 감지되고 있다. 첫 번째는 인식의 변화. 아직 유리천장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지만 여성인재를 중용해야 한다는, 아니 적어도 차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계 파급력이 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여성 인력 중용론을 강하게 설파하면서, '조만간 대기업에도 여성CEO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넓은 후보군의 형성. 아직 임원까지 오른 여성은 많지 않지만, 각 그룹마다 부장-팀장으로 이어지는 중간 간부층에는 여성 인재군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입사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몇몇 분야에서 입사 이후 성과를 보면 요즘은 여성들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몇 년 후면 여성간부, 여성임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5대 그룹의 여성 임원수를 살펴보면 삼성이 26명으로 가장 많고 ▦LG 14명 ▦SK 8명 ▦현대자동차 5명 ▦포스코 롯데가 각 1명 등이다.

이 가운데 CEO후보 1순위는 역시 삼성의 최인아(50) 제일기획 부사장이다. 공채(1984년 제일기획 입사) 카피라이터 출신인 최 부사장은 2007년 전무, 2009년 부사장 등 삼성에서 여성임원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심수옥(49) 전무와 이영희(47) 전무는 외국계 기업에서 영입된 인재다. 심 전무는 P&G 마케팅 담당을 거쳐 2006년에, 이 전무는 유니레버와 로레알 등에서 2007년에 각각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LG그룹에선 올해 초 LG아트센터 대표에 임명된 윤여순(56) 전무가 대표격이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박사 출신으로, 2000년 LG 최초로 여성 임원에 등극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채양선(43) 기아차 상무, 김화자(53) 현대차 충북판매본부장(이사), 백수정(40) 현대캐피탈 이사 등이 눈에 띈다. 채 상무는 프랑스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그룹 출신으로 마케팅사업부장으로 영입됐다. 김 이사는 여성 최초 지점장, 최초 부장ㆍ이사 타이틀을 갖고 있다.

SK에선 판사 출신의 강선희(46) 전무와, SK텔레콤에서 브랜드전략을 총괄하는 박혜란(47) 상무가 있다.

박기정(47) 롯데백화점 이사는 비오너 출신으론 롯데의 첫 여성임원이다. 쌈지, F&F 등을 거친 패션 전문가로 글로벌 패션사업부의 디자인센터를 맡고 있다. 오인경(50) 포스코 상무(도 42년 포스코 역사에서 처음 배출된 여성 임원이다.

5대 그룹은 아니지만, 대기업 중에서 여성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KT다. 세칭 '양ㆍ송ㆍ이'로 불리는 3인, 양현미(48ㆍ통합고객전략본부)·송영희(50ㆍ콘텐츠앤미디어본부)·이영희(54ㆍ그룹컨설팅지원실) 전무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2009년 개인과 홈, 기업고객 부분의 핵심요직에 이들 여성 3인방을 배치,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 중 이 전무는 기술고시 출신의 통신 전문가로 체신부를 거쳐 KT 초대 미디어본부장을 역임했다. 송 전무는 LG생활건강에서 '오휘''더 후'등 화장품 브랜드를 히트시킨 마케팅 전문가이며, 양 전무는 응용수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 본사와 신한은행을 거친 데이터베이스 분석 베테랑이다. KT는 이들 말고도 무려 16명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다.

민현주 경기대 교수는 "최근 채용 단계에서 여성들에 대한 문호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 현상"이라면서도 "하지만 입사 이후에도 이들이 계속 승진해나갈 수 있도록 기본 인프라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대표 여성 CEO는

많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여성 기업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스팀청소기의 대명사가 된 한경희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한씨는 '걸레질 좀 안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99년 한영전기를 설립, 스팀청소기 생산에 나섰다. 2005년에는 '한경희생활과학'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최근엔 주방용품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생활 속 작은 발견을 상품화해 연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중견 가전기업로 성장시킨 것이다. 한씨는 지난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도 주목 받는 여성 기업인이다. 박 대표는 20대 중반이었던 1998년 지금 남편인 컴투스의 이영일 부사장 등과 이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아이템은 모바일 게임. 그래서 그는 "13년 후에 불어 닥친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예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세 차례나 사업 실패를 경험했지만, 3전4기 끝에 결국 매출 400억 원대의 게임회사를 키워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도 간판 여성기업가다.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재벌가의 후광 없이 사실상 자수성가로 회사를 키워냈다. 1989년 패션 유통업에 뛰어들어 2005년 독일의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하는 등 남다른 사업 수완을 보이며 20년 만에 연 매출 2,000억 원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정보의 김혜정 대표도 손에 꼽히는 여성 CEO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2001년 듀오 대표로 전격 영입됐다. '여성의 마음은 여성이 가장 잘 안다'는 확신으로 김 대표는 특유의 감각을 발휘, 결혼중매업을 연간 매출 300억 원에 달하는 사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여성 기업인은 현재까지는 주로 여성이 주 소비층인 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상은 업종을 넘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 여성경제인협회 박영준 팀장은 "창업시장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사회적 제도적 편견만 해소된다면 여성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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