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김경신(37) 환경경영과 차장은 7살과 3살 두 자녀를 둔 엄마다. 매일 아침은 전쟁일 수 밖에 없다. 큰 아이 유치원 데려다 주다 보면 9시 출근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전쟁에서 해방됐다. 유한킴벌리가 새롭게 도입한 '스마트워크(SmartWork)' 시스템 덕분이다.
일단 출근 시간이 10시로 늦춰졌다. 출퇴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시차 출근제가 도입되면서, 김 차장처럼 '워킹맘'들은 출근시간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보통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지만, 시차 출근제에 따라 김 차장처럼 10시에 출근하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식이다. 김 차장은 "아침시간이 전쟁터와 같은 일하는 엄마 직원들과 임신한 여직원들에겐 정말로 단비 같은 제도"라고 말했다.
김 차장과 반대로 저녁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직원들은 아침 일찍 출근한다. 이 덕분에 한 남자 사원은 아내와 역할 분담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맞벌이를 하는 이 부부들에게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것은 아내의 몫이고, 아이를 유치원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일찍 퇴근하는 남편이 맡는 식이다. 이를 위해 이 남자 사원은 아침 7시에 출근하는 대신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시차 출근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업무가 소홀해지는 건 아니다. 김 차장은 "아침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출근하면 오후에는 '집중업무 시간'을 이용해 업무에 충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집중업무시간은 말 그대로 잡담이나 컴퓨터보기, 커피마시기 등을 하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하는 시간이다.
유한킴벌리는 스마트워크를 시행하면서, 사무실의 고정좌석을 없애고 대신 오픈 좌석제를 도입했다. 오픈 좌석제는 그야 말로 자기 책상이 따로 없는, 말 그대로 개방된 공간에서 아무 자리에서나 일하는 방식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전 직원의 90%가 부서나 팀으로 구분되지 않고 자신이 일하기 가장 편한 자리에 가서 자유롭게 일한다"면서 "만약 오픈된 공간에서 업무효율이 잘 오르지 않을 경우 별도로 마련된 집중업무 공간에서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방된 건 직원 업무공간만이 아니다. 임원실도 오픈됐다. 유한킴벌리는 자체 조사 결과 임원실이 평소 40%정도만 활용되고, 나머지 60% 정도는 비워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임원실을 토론과 회의, 휴게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개인공간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공용공간은 배 이상 늘어나게 돼 언제 어디서나 협업이 가능해졌다. 한 직원은 "처음엔 개방된 공간이 낯설고 내 공간이 없다는 게 좀 불편했지만 이젠 오히려 그게 편해졌다"면서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워크 센터도 압권이다. 유한킴벌리는 27일 경기 죽전과 군포에 스마트워크센터의 문을 여는데, 본사와 집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출장 외출 등으로 밖에 나가 있는 직원들을 위해 만든 사무공간이다. 회사 관계자는 "집이 경기도에 있는 직원들은 아침에 굳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죽전이나 군포의 스마트워크센터로 가서 원격근무를 하면 된다"며 "전자결재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굳이 얼굴을 마주 대고 일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장차 재택근무, 모바일근무도 확대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회사는 직원들이 태블릿PC를 살 수 있도록 정보화지원금까지 지급했다. 이 모바일기기를 통해 집에서, 차안에서, 혹은 커피전문점에서도 일을 하고 결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