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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이 취업학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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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이 취업학원인가

입력
2011.09.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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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전국 대학의 85% 바깥에 선정되었는가”, “수도권에 당신네 학교보다 객관적으로 못한 대학이 있는 데, 영 이해가 안 된다”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상명대는 서울과 충남 천안에 양 캠퍼스를 둔 재학생1만 명이 넘는 대형대학이며, 다른 대학에 비해 취업률에서 불리한 사범, 예체능 계열이 많은 편이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로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고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부실대학’이란 오명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쓰고 말았다. 재학생, 동문, 교직원 등 구성원들이 발표 이후에 겪은 충격이 너무 엄청나서 캠퍼스 곳곳이 눈물로 얼룩졌다. 학생들과의 비상간담회가 열린 대강당은 초만원이었으며, 총장 이하 보직교수들이 전원 사퇴했다. 유구무언인 교수들에게 학생들이 “힘내시라”고 오히려 격려할땐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제로섬 게임이 돼 버린 대학 평가

선정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은 유감이었다. 위원회는 전국 4년제 대학을 한 줄로 세워서 먼저 하위 10%를 선정한 후, 수도권 프리미엄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두 줄로 세워 각 5%씩 선정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수도권에서 5%를 선정할 때 서울과 지방에 캠퍼스가 있는 본교를 두 캠퍼스의 평균값으로 줄 세운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명분대로라면 수도권에서는 서울 캠퍼스의 해당 지표를, 지방은 천안 캠퍼스의 지표를 적용했어야 옳았다. 이런 아쉬움에서도 이번 사태까지 온 것에 대해 학교 당국은 스스로 반성하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빠른 시간 안에 부족했던 지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며, 향후 500억 원 이상을 직접교육비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 평생지도 교수제를 강화해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취업률이 20%를 차지하고 있어 많은 대학이 제로섬 성격의 취업률 높이기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런데 사대는 임용고사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 졸업 직후에 취업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사대학장으로 있던 필자는 작년 말부터 발상을 전환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취업이란 피자를 획기적으로 키우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미래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서 지금쯤 평생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을 시작하면 시기적으로 딱 맞아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교육에 관한 사전조사를 거쳐 사대 발전특별위원회를 6월부터 가동했다. 현재의 교육학 위주 평생교육사 양성과정의 맹점을 찾고 그 보완책을 강구하는 작업이다. 본교 사대의 다양한 전공학과 교수들의 중등교사 양성 경험을 활용해 제 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긴요한 인문학, 자연과학 강좌들을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특화된 평생교육 전문가 양성 코스를 마련했으며, 전국 최초로 내년도 본교 사대 신입생부터 희망자에 한해서 양성할 계획이다.

신뢰와 공정성 담보가 관건

국가 정책에 따라 많은 대학의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다. 구조조정 평가지표로 취업률이 크게 작용하면 취업률 높이기에 비상이 걸리고, 이런 과정에서 교육의 기본 틀과 교육목표가 왜곡되는 환경이 한동안 조성될 수 있다. 대학교육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려면 창의적인 비전 제시와 교육의 질 제고에 관한 평가를 지금보다 훨씬 더 중시해야 한다.

대학의 강의평가도 학생들이 부여한 점수로 그냥 평가하면 억울한 경우가 발생한다. 적당한 보정작업이 없으면 학생들이 기피하는 기초학문과 대형강좌를 맡는 교수일수록 억울하게 ‘부실교수’로 몰리기 쉽다.

곧 닥칠 저출산 쓰나미에 대비해서 퇴출 수순을 위한 현 대학평가의 당위성은 누가 봐도 충분하다. 그러나 추진 단계마다 그 여파와 후폭풍이 너무 혹독하기에, 평가지표와 평가과정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했으면 좋겠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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