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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측근 비리에 "괴롭다… 없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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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측근 비리에 "괴롭다… 없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

입력
2011.09.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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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6일 최근 연이은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금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실을 찾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각각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상대로 금품∙향응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청와대가 보인 첫 공식적 반응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가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서는 현존하는 정치인 가운데 가장 동물적 감각을 갖고 (역대 정권 측근 비리의) 히스토리(역사)를 알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분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임기 말 권력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의혹들이) 어떻게 형체화될지 알 수는 없지만 없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청와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불거진 측근 비리에 대해 최근 며칠 동안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 참모진들은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 고위관계자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게 가장 큰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과거 정권 말기 측근 비리와의 차이점도 강조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측근 비리라고 하지만 과거와 비교한다면 누가 큰 뇌물을 받아 먹고 이권에 개입했다든지 뭘 했다든지 하는 그런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국철 회장의 의혹 폭로에 대해 "이 회장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일단 들어보면 자극적이고 사람 머리 속에 팍팍 꽂히는 주장이 많은데, 그런 점을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은 갖고 있던 회사가 졸지에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 것"이라며 "조그만 것도 크게 생각되고 잘 안 보이는 그런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개인 문제라고 하면 너무 냉정하고…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구조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 전 차관이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고, 신 전 차관이 까칠해서 그렇지 그런 사람은 아니다"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변호 발언을 했다.

청와대는 이 회장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점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서 거론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법이 지켜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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