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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잃어버린 10년… 전문가 3인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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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 잃어버린 10년… 전문가 3인 해법은

입력
2011.09.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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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ㆍ에티오피아)가 2008년 베를린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2시간3분대(59초)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후 불과 3년만에 3명의 마라토너가 2시간3분대에 합류했다.

올 4월 115회 보스턴마라톤에서 제프리 무타이(30)와 모제스 모솝(27ㆍ이상 케냐)이 각각 2시간3분2초와 2시간3분6초를 찍어, 게브르셀라시에의 기록을 1분 가까이 앞당기는 폭풍같은 질주로 세계를 경악시켰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보스턴마라톤 코스가 표고차가 심하다는 이유로 공인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IAAF의 비공인 '낙인'과 상관없이 무타이와 모솝의 '미친 레이스'는 세계 육상계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5일 열린 38회 베를린마라톤에서 패트릭 마카우(26ㆍ케냐) 2시간3분38초로 공인 세계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마라톤 속도전이 불붙고 있다. 실제 1967년 마라톤이 2시간10분벽을 깨고 9분대에 안착한 이후 2분여를 단축시키기까지 무려 21년의 세월이 걸렸다. 2시간6분대에서만 11년 동안 머물렀다. 그러나 마라톤이 스포츠 의과학을 받아들임으로써 2시간5분대와 4분대 골인은 각각 3년과 5년이면 충분했다.

마라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추세로는"풀코스 2시간2분대도 멀지 않았다"며 내년 런던올리픽에서 현실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왜냐하면 런던올림픽 마라톤 코스가 평탄하기로 유명한 기존 런던마라톤 코스를 빌려 쓰기 때문이다. 런던마라톤은 앞서 2002년 할리드 하누치가 2시간5분대를 찍어 세계최고기록을 낳기도 했다. 게브르셀라시에의 코치 조스 허먼스는 "런던올림픽에서 2시간3분 초반 혹은 2시간2분 후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에 반해 국내마라톤은 남녀를 불문하고 기록 단축은커녕 뒷걸음치기 바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이 11년째 잠자고 있다. 그나마 지영준(30ㆍ코오롱)의 2시간8분30초가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1969년 세계기록 수준이다. 여자기록은 1997년 권은주의 2시간26분12초가 꿈쩍도 않고 있다.

정만화 코오롱 마라톤 감독은 "한국마라톤이 기댈 곳은 스포츠 의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직하게 땀을 빼는 지구력 위주의 훈련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도핑시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공신력 있는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선수 개개인의 체력조건을 분석한 맞춤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도 "마라톤 속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5,000m와 1만m 등 중장거리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며 "마라톤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종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과감한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적응력을 키우고 역전마라톤과 하프마라톤을 활성화해 스피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조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흥행하고 있는 5~10km 규모의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국내에서도 개최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황위원장은 그러나 "선수 개개인이 마라톤을 왜 해야 하는지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극한의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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