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후의 전국적 정전사태는 수요 예측과 공급 능력 판단의 오류,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 부재, 관계자들의 기강 해이 등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전면적 체계 정비와 함께 관계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 어제 정부합동점검반이 발표한 정전사태 원인과 대책에 따르면 일차적 책임은 전력수급 조절을 맡은 전력거래소에 있으나 관계기관 전체가 위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점에서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늦더위에 따른 실제 최대 전력수요는 6,726만㎾였는데도 예측치는 6,400만㎾로 300만㎾ 이상 적게 잡혔으며, 공급능력은 실제보다 319만㎾가 과대 계상됐다. 또 15일 오전부터 전력수급이 어려워졌으나 지식경제부에는 오후 2시 넘어서야 처음 보고됐고, 단전 조치가 지경부 담당과장에는 4분 뒤에나 통보됐다. 전력거래소 사장은 35분,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50분 뒤에야 연락이 됐다. 청와대에는 70분이 지나서야 통보된 것으로 밝혀져 안이한 위기대응 자세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의 핵심은 수요예측 프로그램의 전면적 수정ㆍ보완이다. 온난화 흐름과 명절 등 시기적 특성을 정교하게 반영한 새로운 전력수요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한국전력도 전력거래소와는 별도 예측시스템을 확보해 두 기관의 자료를 비교해 판단하는 이중 예측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위기 대응 매뉴얼 정비도 마칠 방침이다.
이런 소프트웨어적 개선이 전력사업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규모 정전 등 단기 위기를 피하는 유용한 수단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장기적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한 공급능력 조기 확충과 각 경제주체의 에너지 절감 등 수요 감축 노력 또한 중요하다.
문제는 이를 위한 전력요금 현실화나 원자력에너지 이용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조기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밀어닥치는 세계 경제위기 양상을 살피며, 최대한의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국민을 비롯한 이해당사자 모두의 열린 눈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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