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악인이 돼야겠다는 포부는 음악 초창기부터 가졌지만 좌절과 실망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이번 앨범은 좀 다릅니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록의 대부' 신중현(73)은 앨범 '아름다운 강산: 대한민국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Psychedelic Rock Sound)'의 세계 동시 발매를 하루 앞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서울 신사동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시애틀의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과 2년여 준비 끝에 이번 월드 앨범이 빛을 보게 됐다"며 앨범 출시를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주로 조명 받지 못한 뮤지션들의 희귀 음반을 발굴해온 '라이트 인 디 애틱'은 2009년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 '펜더'가 신중현에게 세계에서 여섯 번째,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처음 기타를 헌정하자 그를 주목했다.
이 회사의 맷 설리번 대표는 축하 영상을 통해 신중현을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에 견줄 만한 뮤지션"이라고 평가하며 "1960년대 전후 한국에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그는 음악 혁명가다"라고 찬사를 아까지 않았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이제까지 국내 뮤지션이 해외에 음악을 마케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은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발매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앨범에는 신중현이 58년부터 74년 사이 발표한 14곡을 리마스터링해 수록했다. 첫 독집 앨범에 들어 있던 '달 마중'을 비롯해 박인수의 '봄비', 바니걸스의 '하필 그 사람', 신중현과 더맨의 '아름다운 강산' 등을 담았다.
음악 활동 초창기 곡들이 주로 담긴 데 대해 신중현은 "내가 보낸 음원을 '라이트 인 디 애틱'이 선곡했는데 아무래도 그 시기가 가장 의욕이 넘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록곡 ''J' Blues 72'는 영국 배우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유어 시스터즈 시스터(Your Sister's Sister)'의 OST에 삽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음악성은 늙지 않았다"며 "기타 헌정도 받았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2의 음악을 작업해 발표할 것"이라며 추가 해외 진출에 대한 의욕도 내비쳤다.
신중현은 영상 등 시각 요소에 편중된 요즘 한국 대중음악계를 질타라도 하듯 "청각적 예술성"을 언급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요즘 후배들은 음악도 잘하고 실력도 좋지만 방향성이 없는 게 문제에요. 결국엔 음악 자체에 예술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앨범 발매도 그런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겠지요."
송준호기자 trist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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