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VIP 마음 잡아라" 감성 마케팅
'슈퍼리치 시장을 선점하라'
억대~수백억대 고액 금융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이 금융업계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소수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단순히 상품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한 명의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ㆍ최상급 고객)를 유치하면 가족과 자녀까지도 단골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증권사들로선 당장의 실적보다는 모든 면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감성마케팅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증권은 현재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장충동 호텔신라,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4곳에 VVIP센터를 두고 있는데 고객 수(2,000여명)에서 업계 1위를 자랑한다. 이곳에선 특히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문화예술행사가 인기다. 가령 이달 초엔 MBC 프로그램 의 안무 총감독을 맡았던 박지은 교수가 댄스스포츠에 관해 강의했고, 지난 4월엔 클래식 음악해설가 장일범씨가, 6월엔 김중만 사진작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800여명의 고액자산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은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이어 최근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에도 지점을 개설, 강북 VVIP 잡기에 나섰다.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강북 지점을 아트갤러리로 꾸민 게 특징이다. 현존하는 작가들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싸다는 평을 받는 데미안 허스트(영국)의 미술품을 비롯해 김창열, 이진용, 박서보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한국 작가의 수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눈높이에 맞춰 세계 100대 컬렉터로 유명한 아라리오 갤러리와 제휴해 20억 상당의 해외 유명 작가 작품을 전시 중"이라며 밝혔다.
대우증권은 골프 서비스가 남다르다. 업계 최초로 2009년 KLPGA 선수(한현정, 윤지원 프로)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이들은 주중에는 스크린골프장에서, 주말에는 필드에서 VVIP고객을 만나 강습을 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프로들과 라운드를 마친 직후 한 VVIP고객은 2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맡기기도 했다"며 "이들 덕분에 까다로운 고객들을 쉽게 유치한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족과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다. 골프 행사 때 프로골퍼를 초청해 부부 동반 라운딩을 한다거나, 1주년 성과보고 자리에 가족을 초청해 가수 '세시봉' 공연(5월)을 하는 식이다.
현대증권은 VVIP지점을 별도로 두지 않고, 모든 점포에서 VVIP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프리미엄 서비스는 건강전도사로 유명한 이시형 박사와 함께 진행한 부부 명상체험(8월)과 프로암 골프대회(5월), 이란 주제로 진행된 음악회(4월) 등이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 나눔에 눈뜨다… 봉사·기부 등 사회공헌도 활발
고객의 투자수익 극대화에 몰두하던 증권사들이 어느 순간부터 변하고 있다. '나눔'을 통해 고객의 신뢰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증권은 2009년 7월 창단한 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액해 외국인노동자를 포함한 다문화 가족 지원사업과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청소년 교육지원사업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5년부터 매년 전 임직원이 기증한 물품으로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있다.
현대증권 여직원들의 모임인 '여울림회'는 1년에 2회씩 정기적으로 독거노인과 장애우들을 찾아 봉사활동과 더불어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5년부터 세계적 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파트너십을 맺고 소외된 이웃과 아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우리천사펀드'를 운영하며 월평균 2,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국내외 아동 후원에 쓰고 있다. 저소득가정 우수 고등학생을 매년 40명씩 선발해 학비 일체를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7년째 이어왔다.
삼성증권은 최근 배우 안성기, 송윤아의 목소리를 담은 시각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 오디오북 제작을 후원하고, 임직원 100여명도 직접 참여해 만든 오디오북과 점자책을 연말 시각장애인 단체에 기부키로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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