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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배우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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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배우는 것이 인생이다

입력
2011.09.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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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관련이 있는 교훈의 지명도와 신뢰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면, 으뜸중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2,300 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 의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나 되돌아봄 없이 배움에 따르는 주위 환경의 중요성, 특히 학문을 배가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의 필요성 정도로 평범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작년 5월 양화진문화원에서는 교육을 주제로 목요강좌를 마련했는데, 우리 시대의 석학 이어령 교수와 이재철 목사가 대담하는 중에 맹모삼천지교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지혜와 열정을 겸비하신 맹모께서 아무런 생각이나 계획 없이 임기응변식의 시행착오로 세 번을 이사하셨을 리 만무하며, 의중에 이미 뜻하는 바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학문 이전에 인간으로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해 묘지 근처로 이사를 했고, 학문의 늪이라고도 할 수 있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상주의에만 머물지 아니하도록 치열한 생존현장인 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으며, 인생여정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왜 배우고 알아야 하는 지를 터득한 뒤에야 비로소 학문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서당 근처로 이사하였다는 것이다. '배움'에 대해 재삼 숙고하도록 하는 신선한 해석으로써 마음에 와 닿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로 우리는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사태를 맞이했고, 그 이후 정부와 기업 등 사회ㆍ경제 활동과 관련된 분야는 물론이고 배움에 대한 선택 취향도 변화를 겪게 되었다. 순수 기초학문의 영역보다는 실용ㆍ응용학문이 득세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취업이 보장되는 의ㆍ약학대학이나 국가고시, 자격시험 등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실정은 그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해석 여부를 떠나 IMF 사태가 국가 백년대계인 배움의 틀마저 일순간에 흔들어 놓았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대학입시에서 의사로의 길이 꾸준히 각광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래 의대입시는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의 등용문으로써 과열 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의대 입장에서는 반갑고 환영할 만한 좋은 일이지만, 선생으로서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는 안타까움도 있다. 의사라는 직업과 배움에 대한 의식ㆍ소명이 부실한 가운데 수입과 안락한 삶의 성취 쪽으로 치우치니- 개인의 취향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 졸업 후 의사로서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임상전공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으며, 특히 의대 출신의 기초의학자는 이미 '천연기념물'이 되어가고 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와 데이비드 케슬러는 그들의 명저 '인생수업'에서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더 행복해 지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이다"라며 배움에 대해 지혜로운 뜻을 피력했다. 유례없는 높은 경쟁률로 2012학년도 대입시가 이미 시작되었으며, 신진의사 배출을 위한 국가고시는 19일 시작된 실기시험을 필두로 내년 1월까지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꿈과 비전을 품고 살아가야 할 우리 의학도와 청소년 수험생들이 배움에 대한 의의(意義)를 인식하고 자신의 인생수업ㆍ여정을 위한 담대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성원한다.

백광진 중앙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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