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노현 서울교육감에 대한 1심 재판이 26일 시작된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해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겠다며 ‘집중심리제’를 요청할 것으로 보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이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초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집중심리제는 가급적 짧은 시일 안에 재판을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열어 재판 일정을 단축하고 결론을 내리는 제도다.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신속히 처리해야 할 사건을 두고 재판장이 피고인과 변호인 측의 요청에 따라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중심리를 하게 되면 통상 2, 3주에 한 번씩 재판이 열리는 것과 달리 매주 한 번 이상 꼴로 열리기 때문에 재판 진행이 매우 빠르다.
검찰의 집중심리 요구에 재판부로서는 특별히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형사소송법은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이 매일 열려야 한다는 규정 등을 통해 집중심리제를 공판절차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전국 법원의 선거범죄 전담재판부는 지난해 곽 교육감이 당선된 6ㆍ2 지방선거 사범 재판에 대해 집중심리로 1, 2심을 각 2개월 안에 끝내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형두)는 지난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 대해 매주 2, 3회씩 집중심리를 해 한 달여 만에 무죄를 선고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담당 재판부가 곽 교육감 사건에 집중할 여력이 있는지, 증인 출석 등 재판 일정에 차질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재판 도중 새로운 쟁점이 돌출되거나 첨예하게 엇갈리는 진술로 신문 시간이 길어진다면 집중심리가 무색할 정도로 재판 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 물론 곽 교육감 측이 재판 전략상 검찰의 집중심리 요구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선거재판의 경우 1심은 6개월 안에 끝내야 하고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무리하게 돼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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