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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반란… 격분한 메드베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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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반란… 격분한 메드베데프

입력
2011.09.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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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쓰시오."

"푸틴 총리와 상의하겠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에게 사직을 요구하고, 쿠드린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거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012년 대통령에 복귀하고, 메드베데프는 총리를 맡는다는 권력분점 안이 나온 뒤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터져 나온 두 실력자의 파열음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6일 디미트로프그라드에서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서 "경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인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사직서를 내라"며 쿠드린 장관을 몰아세웠다. 24일 미국 워싱턴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쿠드린 장관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책적 이견이 많다. 메드베데프가 총리로 이끄는 정부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한 보복이었다.

예상 밖의 강도 높은 질책에 당황한 쿠드린 장관은 "사직 여부는 푸틴 총리와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말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더 열 받게 했다. 그렇잖아도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비아냥을 받는 마당에 그의 발언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자신보다 총리인 푸틴이 실질적인 권력자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쿠드린 장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료의 사직은) 대통령인 내가 결정할 일"이라고 재차 쏘아붙였다. 두 사람의 대거리 논쟁은 러시아 국영방송 등 TV를 통해 전세계에 전달됐다.

몇 시간 뒤 크렘린궁은 쿠드린 장관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쿠드린 장관은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직서를 냈다"고 했지만 나탈리아 티마코바 대통령 공보실장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경질 명령서에 서명했다"며 문책인사임을 분명히 했다.

쿠드린 장관은 국방비 예산 증액 등을 놓고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전문가들은 "쿠드린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권력투쟁의 성격이 짙다"며 "그가 차기 정부에서 총리직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사건은 두 당사자가 푸틴 사단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푸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드베데프와 쿠드린은 1990년대 초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에 재직할 당시부터 푸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푸틴사단의 핵심멤버다. 푸틴이 2000년 대통령에 오른 뒤 쿠드린은 재무장관에, 메드베데프는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 사장과 대통령 비서실장, 제1부총리에 임명됐다. 둘은 푸틴이 3선 연임 불가 규정에 묶여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일단락됐다.

푸틴은 쿠드린이 경질된 지 하루만인 27일 경제 관료 앤톤 실루아노프를 재무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푸틴은 또 이고르 슈발로프 부총리가 경제분야도 함께 관장하도록 내각 업무영역을 조정하면서 쿠드린 빈자리 메우기에 나섰다. 푸틴은 각료회의에서 "이번 결정은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동의한 것으로 우리가 함께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2년 동안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는 쿠드린이 물러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27일 쿠드린의 경질과 푸틴의 복귀가 러시아 장기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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