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내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25일 국정 자문기구격인 슈라 위원회 연설에서 "여성에게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출마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고 밝혔다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압둘라 국왕은 "이슬람 법학자 울라마를 비롯한 다른 성직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부합하는 모든 역할에서 여성을 배제하지 않기 위해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우디 여성의 참정권 보장은 29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뒤로 미뤄져, 2015년 지방선거부터 현실화 할 전망이다. 사우디에서는 570명의 지방의원 중 절반은 투표로 선출하며, 절반은 국왕이 임명한다.
아랍권에서는 팔레스타인이 1946년 처음으로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한 뒤, 이란(1963) 카타르(1999) 바레인(2002) 쿠웨이트(2005) 등이 여성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했지만 사우디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아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셌다. 또 사우디 여성들은 집안 남성의 허락 없이는 여행과 운전은 물론, 수술을 받는 것조차 금지돼 있어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한 요구가 뜨거웠다.
이번 결정은 슈라 위원회가 올해 6월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으로, 사우디 지식인 60여 명은 여성의 참여를 배제한 지방선거를 거부하자는 운동을 해 왔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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