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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NP 파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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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NP 파리바

입력
2011.09.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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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15일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이 세계 경제ㆍ금융 위기에 불을 댕겼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의 불씨는 그보다 1년 가까이 앞서 유럽을 뒤흔든 '파리바 쇼크'에서 일찌감치 확인됐다. 2007년 8월9일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 산하의 헤지 펀드가 신규모집과 해약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그 순간 유럽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주로 다루다 보니 유난히 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헤지 펀드가 드러낸 위기 의식은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기에 족했다.

■ 유럽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 대대적 매각 기회를 엿보던 참에 한 발 늦었다. 매수세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대형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비등, 인터뱅크 시장의 금리(LIBOR)가 급등했다. 당일 유럽중앙은행(ECB), 이튿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거액의 단기자금 지원에 나서고, 각국 중앙은행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협조 태세를 보여 위기를 미룰 수 있었다. 다만 노던 로크 은행에 영국 사상 140년 만의 첫 뱅크런 사태가 빚어진 뒤였다.

■ 최근 유럽의 재정ㆍ금융위기를 전하는 외신에서 'BNP 파리바'라는 이름을 자주 대한다. '피치가 신용등급을 낮추었다''달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뱅크런 사태를 겪었다는 소문이 있다', 'BNP 파리바를 비롯한 프랑스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중동과 BRICs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등 어두운 소식이 잇따른다. 유럽 금융기관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부실채권을 많이 떠안고 있게 마련이고, 위기의 그늘이 이미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미친 상황에서 BNP 파리바가 굳이 예외여야 할 까닭은 없다.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4년 전 위기의 신호탄을 올렸던 BNP 파리바의 우울한 소식은 세계적 위기의 심각성을 확연히 일깨운다. 개인 심리에서 비롯한 특이현상은 아니다. 2000년 국립파리은행과 파리바 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BNP 파리바는 프랑스 최대 은행이자, 자산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이다. 파리와 런던에 각각 본부와 글로벌 센터를 두고, 자본과 운영에서 서유럽 각국은 물론 동아시아에도 손길이 뻗어있다. 이 거대 금융조직이 다시 한번 위기의 물결을 견뎌낼 수 있기를 비는 것도 그 상징성 때문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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