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서 있으리라. 이곳에 머무르리라. 영원히 이곳에서, 언제나 이 자리에서. 우리의 소원은 오직 하나. 하나가 되는 것.”
23일 미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 오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국민시인 다르위시의 시(詩)를 인용하며 유엔 회원국 자격을 요구하자 지구 반대편 가자지구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환호했다.
강경파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 온건파인 파타당의 압바스 수반이 박수 받은 전례는 거의 없다. 가자지구의 풍경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 독립 요구를 강행한 압바스가 지역과 정파를 초월해 팔레스타인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자치정부 청사가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의 주민들도 압바스의 별칭인 ‘아부 마젠’을 연호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팔레스타인의 독립 요구가 단기간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를 유엔 무대에서 공론화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압바스 수반은 이번 유엔총회의 최대 승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유엔 회원국 요구는 압바스 개인의 승리”라고 전했다.
이번 유엔 총회에서 압바스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미국과 “평화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경고에도 불구, 유럽을 포함한 다수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독립국 지위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정식 유엔 회원국으로도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비회원 국가로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압바스 수반에게는 이번 유엔 무대가 이스라엘에 항상 끌려 다닌다는 오명을 씻는 동시에 전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2004년 사망)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BBC 방송은 “지지지층이 계속 줄어들어 이대로는 수반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정치적 위기감이 압바스가 강공책을 택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