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60~70%가 아프리카에서 수확되지만 카카오를 통한 경제적 이득은 아프리카의 몫이 아니다. 초콜릿을 만들 제조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초콜릿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빈곤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사례다.
이런 아프리카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영세한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스스로 완성품을 만들어 부를 축적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마다가스카르의 초콜릿 업체 마데카스초콜릿LLC는 2009년 20만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 48만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1% 밖에 나오지 않는 고품질 카카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초콜릿을 생산하고 수출도 비약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핫소스 제조업체 프리모르토스는 품질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케이스다. 이 업체는 아프리카 식품기업으로는 드물게 세계 품질 기준을 통과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가죽신발 회사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므수니 느쿠베 아프리카개발은행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 4,500억달러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6,500만개 중소기업이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제조업 환경을 경원시했던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세계 최대의 식품업체인 스위스의 네슬레는 2015년까지 아프리카에 국수공장 5곳을 추가 건설키로 했다. 미국계 식품기업 크래프트푸드는 아프리카 내 생산설비를 활용해 지난해 10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제조업이 흔히 구매력 증가, 내수시장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제조업의 태동은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아프리카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며 "아프리카의 변화는 1980년대 농민들이 집안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던 중국의 제조업 혁명 당시와 비슷하다"고 24일 전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 팀 맥컬럼은 "초콜릿만 생산해 팔아도 아프리카가 현재 겪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한계도 많다. 무엇보다도 제조업에 필수적인 전력이 부족하다. 나이지리아에서 신발 제조업을 하는 월레 마디올라는 "자가발전기를 돌리는 데만 매달 500달러를 쓴다"며 "만성적 전력부족이 해외 바이어들을 겁먹게 한다"고 털어놨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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