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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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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열

입력
2011.09.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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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부터였으니까 꼭 2주일이다. 신나게 놀던 아이가 추석날 저녁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 집 저 집 다니느라 조그만 녀석이 힘들었나 보다, 해열제 먹이면 하루 이틀에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38, 39도를 웃도는 고열은 여전했다. 해열제를 먹여도 미열이 남아 있다 금세 다시 불덩이가 되곤 했다. 추석 연휴 다음날 병원엘 데려갔다. 의사는 목이 많이 부었다며 감기약과 해열제를 처방해줬다. 4~6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매일 먹이는 상황이 반복됐다.

40개월여 아이를 키운 초보 엄마의 상식으론 열은 4, 5일이면 잠잠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열은 오른 지 1주일이 다돼 가는데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주말에 찾은 다른 병원에선 열이 계속되면 큰 병원에 가 검사해보라고 권했다. 이쯤 되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 폐렴, 독감 같은 병명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많은 엄마들이 독감을 심한 감기라고 생각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병이다.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감기는 보통 증상이 코에서 시작돼 목으로 넘어간다. 이에 비해 독감은 콧물이나 기침보다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고열과 오한, 근육통, 눈 충혈이 주요 증상이다. 폐렴이면 가벼운 감기 증상 후에 체온이 39도 이상 급격히 오르며 보채고 밥 투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을 초기부터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구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요즘 폐렴은 하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 감기와 가려내기가 더욱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급기야 대학병원을 찾았다. X선 촬영과 피 검사, 소변 검사를 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의사가 영상과 수치로는 폐렴으로 보기 어렵다 했다. 그즈음 독감바이러스(A형 H3N2)가 올 가을 들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시 좌불안석이 됐다.

열이 오르기 시작한 뒤 두 번째 주말, 드디어 열이 잡히나 싶었다. 아이 몸이 따끈따끈해지는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정상 체온 범위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정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독감이 본격 유행하기 전이라 요즘 나는 고열은 열감기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열이 나는 양상은 개인 차가 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주 동안 아이와 식구들을 괴롭힌 고열의 정체가 뭔지 모른다는 게 참 답답하다. 앞으로 한 절기 내내 많은 아이와 엄마들이 정체 모를 고열과 전쟁을 치를 게다. 한 달째 열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우리 아이 동네 친구가 걱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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