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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내가 구룡포 시장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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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내가 구룡포 시장이라면

입력
2011.09.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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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해의 활기차고 아름다운 포구 구룡포 시장(市長)이라면 좋겠다. 구룡포가 가지고 있는 일제시대 적산가옥(敵産家屋)에 '문인집필실'을 만들겠다. 적산가옥은 말 그대로 적, 우리의 적인 일재가 남긴 잔재다. 결코 문화재도 아니며 유산도 아니다.

내가 구룡포 시장이라면 적산가옥을 잘 보수하여 구룡포를 소재로 배경으로 글을 쓰려는 작가들에게 내어주겠다. 그건 적산가옥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룡포를 예술의 명소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적산가옥이 지난 100년간의 상처라면 그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어 우리 것으로 만드는데 문학만큼 좋은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만들어지는 구룡포 문학이 앞으로 100년간의 구룡포를 이끌어나갈 힘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나는 오래 전부터 구룡포를 찾아가 문학과 삶의 힘을 얻어왔다. 처음엔 구룡포는 쓸쓸한 포구였을 뿐이었다. 10여 년 전부터는 전국의 유명 문인들이 구룡포를 찾아가 '문학의 대어'를 잡는다.

이제 문학인들에게 구룡포는 꼭 한 번 다녀와야 할 다큐멘터리 현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 곳에 집필실이 있어, 구룡포가 가진 역사와 구룡포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와 그 풍성한 바다의 맛에 도움을 받는다면 한국문학사에서 빛나는 작품들이 쏟아지리라. 그 작품의 무대인 구룡포를 찾아 더 많은 발길들이 붐비리라. 내가 구룡포 시장이라면….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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