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입양됐던 한국 소년이 36년 만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프랑스에서 한국계는 물론, 아시아계를 통틀어 상원의원 당선은 처음이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 장 뱅상 플라세(43ㆍ한국명 권오복) 녹색당 사무부총장이 일드프랑스 에손 지역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에 속한 일드프랑스 지방의회 의원으로 일하며 교통담당 부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플라세 당선자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 고아원에서 지내다 75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부유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성장 과정은 평탄했다. 양부는 보수 성향의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양부모 슬하에 3남매가 있었지만 그는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별다른 굴곡 없이 자랐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플라세 당선자는 프랑스식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업은 회계사였다. 정치 입문은 93년 급진당(PRG)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부터다. 2001년 녹색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당의 2인자격인 사무부총장직을 맡고 있다. 플라세 당선자는 26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양 경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의 삶을 잘 꾸려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버린 모국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한국어를 거의 잊어버릴 만큼 오랫동안 한국을 잊고 싶어했다"고 털어놨다. 양부모는 그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한국인 보모를 붙여줄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세 당선자는 몇 년 전부터 모국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파리시장을 보좌해 제주를 방문하고 한국 식당을 자주 찾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최근 관심사는 외규장각 의궤 환수 문제였다. 그는 "양국 정부간 오랜 협상 끝에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돼 매우 기뻤다"고 전했다. 다음 달에는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다시 찾아 여러 지역을 두루 돌아볼 계획이다. 그는 "어릴 적 지냈던 보육원도 방문하는데 나에게는 '과거로의 회귀'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플라세 당선자는 내달 1일부터 6년 임기의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일단 내년 대선에서 좌파 진영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며 (좌파가 집권할 경우) 예산장관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