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가 23일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을 전격 소환하면서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사실상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범위와 관련해 SLS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권 고위인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있었는지 조사한다고 밝혔지만, 이 회장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살펴볼 예정이다. 이 회장이 기자회견을 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그를 소환했다는 점에서 신 전 차관의 '10억 스폰서' 의혹이 사실상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비교적 범죄 혐의가 짙어 보이는 의혹들에 우선 집중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금품수수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신 전 차관을 법정에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신 전 차관이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인 '안국포럼' 시절부터 2008~2010년 문화부 차관 재직 때까지 매달 1,500만~2,000만원의 현금과 법인카드를 받아갔다는 이 회장의 주장을 주목하고 있다.
신 전 차관이 업무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제조업체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 전 차관과의 업무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대출청탁이나 인사청탁, 검찰 수사 무마 등을 부탁했다면 알선수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선을 그어 혐의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품이나 향응 제공 사실이 확인돼도 대가관계가 불분명하면 법원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한다. 올해 5월 서울고법은 '스폰서 검사' 파문 당시 사건청탁 명목으로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이 현금 전달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물증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검찰의 고민이다. 신 전 차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전 차관이 '안국포럼'시절에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도 있다. 현금 제공은 입증이 어렵더라도 법인카드는 근거가 남아 있어 비교적 혐의 확인이 쉬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 전 차관 의혹 외에 검찰 수사의 또 다른 뇌관은 금융권 인사의 금품수수 의혹이다. 이 회장은 SLS그룹 계열사의 소유권이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고위인사가 채권단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SLS그룹 해체의 결정적 계기가 된 2009년 창원지검 수사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기획수사라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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