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수년간 10억여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에 운영비조로 1억원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안국포럼 출신 인사들 대다수는 23일 "이 회장을 만난 적도 없고,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회장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비리 연루 의혹을 잇달아 폭로하는데 '제2의 김대업'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인사는 "만일 신 전 차관이 돈을 받았다면 대선 시절 자신이 맡았던 팀의 활동비 등으로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개국 공신'인 안국포럼 멤버 상당수는 현재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돼 있다. 안국포럼 멤버였던 조해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이 회장이 정권 실세 여러 명을 언급하던데 그 정도까지 알 사람이면 내가 대면은 못해도 이름은 들어봤을 텐데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춘식 의원도 "이국철이란 사람을 전혀 모르고, 일면식도 없다"며 "아마 신 전 차관이 따로 만난 모양인데 안국포럼에 그를 데려온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연히 당시 돈 문제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승규 의원도 "이국철이란 사람의 이름도 못 들어봤고, 그런 회사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권택기 의원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역시 안국포럼 멤버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 회장을 전혀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안국포럼 멤버였던 한 여권 인사는 "이 회장이 별 근거도 없이 비리 연루 의혹을 얘기하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냄새가 난다"며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허위 폭로로 한나라당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김대업씨의 행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안국포럼 멤버 대다수가 이 회장을 모른다고 해서 이 회장의 주장을 근거 없는 폭로라고 몰아버릴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이 신 전 차관과 개인적 친분으로 연결돼 있었고, 안국포럼이 당시 팀 별로 움직였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이 이 회장을 알 수 없었을 것이란 반론이 가능하다. 신 전 차관과 친분이 있는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이 회장에 대한 얘기는 신 전 차관을 통해 많이 들었는데 얼굴은 이번에야 처음 확인했다"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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