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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광진봉사단/ "이게 내집 맞소" 행복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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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광진봉사단/ "이게 내집 맞소" 행복 집들이

입력
2011.09.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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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뚝딱 뚝딱'….

지난 22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반지하 주택. 한 무리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도착하기가 무섭게 분주히 움직였다. 냉장고 TV 옷장 등 집안 살림을 싹 들어내더니 어떤 이는 배수시설을 점검했고, 한 중년 남성은 노련하게 페인트 붓을 놀렸다. 또 다른 중년 여성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불, 커튼을 들고 집 밖 세탁소로 향했다. 수다스러울 법한 아줌마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가재도구를 씻어댔다.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릇 씻는 소리에 말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거들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의 집 주인 김모(88) 할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집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세탁소 주인, 페인트가게 대표, 설비업체 사장님,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한 데 뭉쳤다. 한 달에 한 번 지역 내 소외 이웃을 대상으로 집수리 봉사를 하는 비전광진봉사단. 이 단체는 서울 광진구에서 건설업을 하는 정영남 회장을 비롯, 세탁업 설비업 등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주축이 돼 이웃을 돕기 위해 2008년 3월 결성됐다. 김경원 총무(47)는"가구에 색을 입히거나 형광등도 새로 달아 환해지다 보니 집수리가 끝난 후 돌아오신 어른들이 자기 집이 맞는지 헷갈려 한다. 어떤 분들은 우릴 보고 방송에 나왔던 '러브하우스'팀이라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봉사단의 원칙은 "해가 지기 전에 끝낸다"는 것. 그래서 웬만한 집의 경우 집안 살림을 꺼내는 것에서부터 도배, 장판교체, 페인트칠, 싱크대 등 각종 수리, 뒷정리까지 8시간이면 끝이 난다. 속전속결이 능사가 아니다. 꼼꼼하기도 하다. 봉사단의 한 관계자는 "어떤 분들은'도배 장판만 하고 어질러 놓고 나갈 것 아니냐'며 집 수리를 거부하기도 했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TV 위에 있던 장식품까지 제자리에 다시 올려놓을 만큼 뒷정리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봉사단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지역 밀착형이라는 점. 구청 등 기관의 추천 대신 주변을 잘 아는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소개하고 답사해서 봉사 장소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봉사 활동에 드는 비용도 십시일반으로 회원이 낸 회비로 충당된다. 봉사 대상은 김씨 할아버지처럼 대부분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이다. 김씨 할아버지를 추천한 윤상선(63)씨는 "도시락 봉사를 가서 곰팡이 핀 벽과 망가진 장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며 "이제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흐뭇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소문을 타는 법. 정영남 회장(52)은 "작년 추석 물난리 때 공무원들이 고향에 내려가고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봉사단이 광진구내 수해 복구에 앞장섰다"며 "이 사실이 알려져 서울시 재난재해 전문 봉사단으로 위촉되는 영광까지 안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우면산 산사태 때도 서울시 요청으로 복구에 참여했다.

가스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임호기(39)씨는 "휴대용 버너에 밥을 지어먹는 장애인의 집 봉사에서 가스 설비를 설치해줬더니 무척 고마워했는데 그때 그 표정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며 "평소 일이 힘들어도 그 일만 떠올리면 힘이 난다"며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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